"보호자는 입소자의 치매 증상으로 인하여 낙상에 의한 골절 및 일차적인 문제 발생이 우려되므로 생명의 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해 억제대 사용에 동의합니다."
지난해 7월 치매에 걸린 부인(76)을 인천의 한 요양원에 맡긴 손종상(75)씨는 시설로부터 이런 내용의 동의서에 사인을 할 것을 요구받았다. 손씨는 "손발을 묶더라도 나중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입소 일주일만에 시설을 찾은 손씨는 부인의 입술과 손목에서 상처를 발견했다. 손씨는 부인이 요양원에서 폭행당했다고 확신했지만 경찰 수사 결과 부인이 억제대를 억지로 풀려고 하면서 생긴 상처로 결론났다. 요양원 원장은 "규정에 따라 억제대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래도 손씨는 억울한 마음에 1월 말부터 신도림역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요양시설이 입소한 치매 환자들에게 지나친 신체구속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요양시설은 치매 노인이 자해를 하거나 타인에게 위협이 되는 경우 등에 제한해 보호자로부터 억제대 사용 동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환자를 필요 이상으로 묶어 두는지 알기 어려운데다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도 허술해 진상 파악이 힘든 실정이다.
장모(54)씨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77)를 보러 요양원을 찾았다가 황당한 광경을 목격했다. 장씨는 어머니 손목이 묶여있는 걸 보는 순간 너무 속상해 따지자 요양원측은 "노인이 자꾸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해 떨어져 다칠까 봐 묶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장씨는 "당시 시설에선 언제 억제대를 쓰겠다고 자세한 설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노인복지시설 인권보호 및 안전관리지침'에서 ▦생활노인 또는 종사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거나 ▦대체할 간호나 수발방법이 없거나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불가피하게 일시적인 신체 제한을 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노인의 의사에 반하는 신체적 제한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윤리강령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년마다 실시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시설 평가에 '신체구속 및 학대' 항목이 포함되기는 하지만 역시 유명무실하다. 평가 결과도 1,2등급 시설만 공개 되고, 정작 문제가 되는 4,5등급 시설은 공표되지 않는다.
이미진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체구속을 줄이기 위해서는 시설을 직접 방문해 서비스 질을 모니터링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며 "서면 평가 위주인 건보공단 평가를 현장중심 평가로 시스템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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