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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젊은이들, 부모세대보다 못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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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젊은이들, 부모세대보다 못 산다

입력
2012.03.1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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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더이상 젊은이들에게 부모 세대보다 더 잘 살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알리스테어 달링 전 영국 노동부 장관의 고백이다. 영국에서 50년 만에 처음으로 경제 활동을 시작하는 젊은 세대가 은퇴를 맞은 부모 세대보다 소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FT가 1961년부터 2010년까지 영국 7만3,000가구의 소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20대의 가처분소득이 60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젊을수록 무주택자가 많기 때문에 집세를 고려하면 20대의 생활수준은 연금에 의존하는 70대나 80대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신문은 전했다.

1945~55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들보다 20년 먼저 태어난 세대보다 수입이 40%정도 많았고 30년 앞선 세대보다는 80%나 많았다. 하지만 세대가 지날수록 앞선 세대보다 수입이 많아지는 경향은 1985~95년 태어난 세대에서 멈췄다. 부모보다 못 사는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 등은 국민건강보험, 아동수당, 장학금, 세금공제 등의 혜택을 누렸고 은퇴 후에도 연금, 겨울철 연료 할당, TV수신료와 버스요금 무료 등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젊은 세대는 수업료 증가, 세금 공제 축소, 아동수당 종료 등 부모 세대와 딴판인 환경에 놓여 있다.

머피씨 가족이 대표적인 경우다. 베이비붐 세대인 콜레트 머피(58)씨는 올해 여름 교직에서 은퇴한다. 자신보다 먼저 은퇴한 남편과 부부교사였던 머피씨는 무료로 대학 교육을 받았고 비교적 싼 값에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은퇴 후에는 연금을 받을 예정이다. 머피씨는 "퇴직하면 멋진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자녀들 미래가 불확실해 걱정인데 연금으로 딸의 주택 대출을 갚아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런던의 출판사에 다니지만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리딩에 사는 머피씨의 딸 알리스(28)씨는 "부모님의 도움은 고맙지만 내 자녀들에게는 내가 받은 만큼 도움을 줄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우리 세대는 70대까지 일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폴 그레그 바스대 교수는"영국 사회가 스페인이나 그리스 등 사회적 유동성이 낮은 남유럽 국가와 비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에게 의존할 수 있는 경우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존 힐 런던정경대 교수는 "부모의 재산은 결국 자녀에게 이전된다"며 "가족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젊은이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세대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영국 정부는 계속 노년층에 친화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대표인 벤 페이지는 "65세 이상 인구가 16세 이하 인구를 앞질렀다"며 "젊은 층은 자신에게 불리한 정책을 펴는 정치인을 투표로 몰아내지 않지만 노년 층은 투표를 통해 그들을 쫓아낸다"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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