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화숙의 만남] 2심 재판 앞둔 곽노현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화숙의 만남] 2심 재판 앞둔 곽노현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입력
2012.03.18 12:20
0 0

곽노현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이 업무로 복귀한 지 두 달이 흘렀다.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사퇴한 박명기 전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에게 2억원을 준 이유로 작년 9월에 구속됐던 곽 교육감은 '매수할 의사는 없으나 대가성은 있다'는 판결 끝에 3,000만원 벌금형을 받고 1월 석방됐다. 2심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며칠 병원에 입원하는 혹독한 독감을 앓은 그를 16, 17일 오후 서올 종로구 찻집에서 만났다. 그는 교육현장으로 돌아오고 나니 교육문제만 신경쓰게 되어서 재판과정과 구치소 생활은 많이 잊었다고 했다. 재판에 대한 이야기는 천천히 했고 교육개혁을 말할 때면 목소리가 밝고 빨라졌다. '족쇄를 차고 나온 검객'이라 교육과학부가 끊임없이 시비를 거는 모양이라는 그는 그래도 상담교사의 배치, 스포츠리그제 등 서울시교육청이 앞서 한 좋은 제도를 교과부가 벤치마킹하니 교육부도 나름대로 좋은 교육을 고민하는 것일거라 여겨지지만 실적주의를 못 벗어나고 교육자치시대에 걸맞지 않게 직선교육감의 행정에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_건강은 어떠십니까?

"지난 주 토요일(10일)부터 독감을 며칠 앓았어요. 다른 병은 전혀 없어요. 저 같은 경우를 당해서 우울증 위궤양 없이 나왔으면 잘 나온 거예요. 매일 새벽 3시면 잠이 깨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_1심 판결을 예상했나요?

"아니요. 저는 법의 분별력을 더 믿었어요. 1심 재판을 통해 뒷돈 합의라는 게 저의 명백한 반대의사에 반해서 이뤄졌고 저 몰래 이뤄졌다, 그리고 공소시효가 3개월 지나서 도와주게 된 동기도 윤리적인 것이다, 여기까지는 다 밝혀줬어요. 그렇다면 이건 도덕적으로 무죄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이번 재판에서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법적으로는 유죄를 줬거든요. 도덕적으로 유죄인데 법 절차를 이용해서 무죄가 되는 경우는 있어요. 그런데 도덕적으로 무죄인데 법적으로 유죄다, 이건 넌센스에요. 이건 검찰의 여론재판 탓이 커요. 검찰이 피의사실을 미리 흘려서 여론재판이 되어버리면 재판부는 굉장한 압력을 받거든요. 원래는 형사유죄를 하려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되는데 여론재판을 거치면 무죄라는 데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어야 무죄가 되요. 1심 판결이 나온 다음에도 검찰은 '피싱사기단의 두목'이니 '화성인판결' 같은 이야기로 여론재판을 또 한번 시도하더군요."

_그래도 2억의 돈을 대가없이 줬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할텐데.

"제가 안에 있는 동안 편지나 이메일로 성원해주신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 분들도 그런 상황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게 아니냐고 했거든요. 오히려 제 친구들도 법조계에 있는 사람들은 안 주는 게 옳았다 그러는데 소박한 선의를 가진 사람에게는 받아들여지는 사실이 정치계나 법조계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도 시민들한테 부조를 받았는데 저 때문에 어려워진 사람인데 특별한 부조의무가 있는 거지요."

_1심 재판결과를 보면서 후회되는 게 있습니까?

"저로서는 어려운 부조를 한 건데 재판과정을 통해 박 명기 교수가 충분히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저 사람을 저렇게 원망에 쌓이게 한 거는 내가 부덕의 소치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

_구속생활 중에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어요?

"검찰의 끔찍한 오판을 믿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될 때가 몇 번 있었어요. 그러면 땅 속에 갇힌 것처럼 옴짝달싹 할 수도 없다는 느낌이 들어서 벌떡 일어나 시편을 큰 소리로 읽었어요. 제가 들어가기 전에 서울 학생동아리한마당이라는 10월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저도 탈춤 비스무레하게 춤을 추면서 들어가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9월 10일 구속되면서도 보석으로 나올 거라 생각하고 운동시간에 계속 춤연습을 했어요. 그렇게 춤을 많이 춰본 적이 처음이에요. 그런데 10월 12일 보석이 기각됐다는 것을, 그것도 집사람이 면회 와서 들었어요. 정말 어마막지한 충격에 빠졌지요. 그랬는데 그 다음날 생면부지의 변호사가 나타나신 거예요. '촛불사건' 때 위헌제청했다가 사표를 낸 박재영 변호사가 찾아왔어요. 2008년에 제가 프레시안에 '대법원장에게 고함'이라는 글을 썼는데 그때 그 분을 알아주고 위로해줬다,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고 이번에는 자기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 거래요. 2년전까지 판사를 했던 사람으로서 친절하게 개인코치를 해주겠다. 그래서 제 실의와 좌절이 하루로 끝났어요.(웃음) 2심부터는 정식으로 변호사로 나서실 거예요."

_2심에 임하는 전략이 있습니까?

"저는 진실의 정화력을 믿어요. 1심에서 변호인들이 이렇게 통제가 안되는 의뢰인은 처음 봤다 화를 냈어요. 보통 사람들은 우리가 친구니까 입을 맞춰도 몇 번 맞췄을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사건 터지고 보지도 못했어요. 각자 있는대로 말하기. 거기서 끝. 강경선 교수가 이 사건이 신문에 보도되기 전에 박명기 교수를 만났어요. 박 교수가 출국정지가 됐다고 물어본 모양이에요. 그래서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어차피 좋은 일을 한 건데. 일부 언론에서 문제를 삼더라도 좀 시끄럽다가 이내 잠잠해질 겁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저한테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때가 무상급식 투표 막바지라 제가 바쁘니까 알려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 거지요. 그만큼 이게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을 안했어요. 그런데도 변호인들은 제가 모든 상황에 대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면 불필요한 연상을 불러일으킨다고 하지 못하게 해요. 보통 거짓말을 하면 앞뒤가 상충이 돼서 꼬투리가 잡히거든요. 그래서 절대 말을 못하게 하고 변호인이 대신 말을 해주는 거예요. 그런데도 제가 말을 듣지 않으니까 가족을 통해 전하고 아들들까지 면회 와서 울면서 호소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랬어요.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판사들이 추측을 해서 메워넣게 되어 있다. 판사들은 거짓말 판별훈련을 받은 사람들이거든요. 판사 세 명을 이기는 피고인이 별로 없어요. 그러니까 그분들의 분별이나 판단을 믿는 거죠. 1심재판부에 대해서 그래도 고맙게 여기는 게 나에 관한한 사실관계가, 실체적 진실이 거의 모두 밝혀졌다는 거에요. ­변호인들도 나중에는 우리 세 사람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다 믿게 되었어요. 왜 이 말씀을 드리냐면 사람들이 자꾸 강교수나 저나 법학교수 출신이니까 법을 잘 아니까 요리조리 법망을 빠져나간 거 아니냐. 이런 오해를 받을 때 아주 기분이 나빠요. 우리는 사실 소송법은 본적도 없는 사람들인데. 비고시파니까. "

_재판을 받은 후 교육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게 있나요?

"정말 사명감이 막중하구나 그걸 다시 느꼈지요. 저는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혁신학교를 통해 아이들의 창의적인 참여와 자치를 이끌어내는 학교를 실험하고 이걸 모든 학교로 확산시키려고 합니다. 작년에 30개 학교에서 처음 실시했고 올해 60개 학교에서 하고 있는데 재임 중에 300개 학교까지는 늘릴 계획입니다. 이건 김상곤 경기 교육감이 먼저 하셨는데 경기도만 해도 소규모 농어산촌형 학교가 대상이거든요. 이게 대도시 대형학교에서도 가능해야 확산 가능성이 있어요. 담임교사한테는 행정 업무를 떼어냈어요. 보통 연 1억 정도 주는데 5년에 걸쳐서 낮춰서 별도 예산 없이도 가능하게 되느냐를 실험하는 거지요. 작년에 잘한 학교가 금년에 새로 지정된 학교를 멘토링해요. 그래서 지역에 혁신학교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거에요. 그래야 실험으로 끝나지 않고 확산이 되잖아요."

_실험으로 끝나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크시군요.

"저는 실적주의를 굉장히 싫어하는데요. 우리나라는 왕성한 실험주의가 실적주의와 전시행정을 만연하게 하고 있어요. 전세계에서 좋다는 거는 다 교과부가 특별교부금을 갖고 맨날 시작을 해봐요. 이게 연 1조쯤 돼요. 전국에 10,000개 학교가 있는데 50개 30개 학교를 골라서 백 몇십가지가 진행이 되기도 하는데 흔적이 없어요. 이렇게 찔끔찔끔하는 방식으로는 참여하는 교사들의 승진가산점으로만 남아요. 저는 일반화 의지가 없는 것은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일반화 의지를 가지면 고도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중학교에 집중하고 있어요. 초등학교나 고등학교는 다들 관심이 있는데 실제로는 중학교 때가 질풍노도의 시기라 가장 힘드니까요. 작년에 모든 중학교에 전문상담인력과 전문 사서도 배치했어요. 그리고 교사들은 감정 코칭을 받을 수 있게 했고요. 학습부진예산이 굉장히 많아요. 서울 학교들은 (정원이) 700명에서 1,500명이니까 학교에 학습부진 강사 지원을 해준다 말이에요. 학교마다 학습부진 강사를 한 두명을 해준들 의미가 없어요. 초등학교 4학년때 공부 못하는 애들이 세 배쯤 늘어요. 중학교 1학년이 될 때, 고1때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만 집중을 하면 누구든 3년에 한번은 교정을 받지 않습니까. 초등학교 3학년에는 반드시 12시간의 수영시간을 갖게 했는데 그러면 누구든 수영을 익히게 됩니다. 서울시에 있는 195개 일반 수영장하고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목표에 따라서 학년을 선택하고 이렇게도 어려우면 가난한 지역 우선으로 하면 돼요. 저는 중식지원비율을 모든 선택과 집중의 기준으로 삼았어요. 중식지원비율은 공짜점심을 주는 아이들 비율 아닙니까. 학부모 집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보여주는 지표거든요. 이게 높을수록 도와줘야 하는 학교거든요. 선택과 집중을 하는 대신 정책사업은 과감히 없앴어요."

_그럼 곽노현표 교육을 한마디로 하면 모두가 고르게 누리는 교육인가요?

"어떤 서비스든지 모든 학년을 할 수는 없지만 일정 학년을 거치면 다 수혜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거지요."

_교육과학부가 인권조례를 대법원 제소한 데 이어 교사 특별채용을 직권정지했는데.

"교과부가 교육자치시대의 직선교육감 체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특별채용은 특별한 사정으로 교직을 떠난 사람을 다시 채용할만한 사정이 있으면 채용하라는 거 아닙니까. 이 분들이 사립학교 재단의 비리를 고발하거나 학교가 자사고로 전환하는 걸 반대해서 억울하게 교직을 떠나야 했던 분입니다. 그런 분들을 교단에 서게 하는 게 교육감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는 게 맞아요. 교과부는 학교폭력대책으로 체육교과시수를 갑자기 늘리라고 하는데 교과부 자신이 2년전에 체육집중이수제로 체육교과시수를 줄이라고 한 것을 서울시교육청만 그대로 두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학교폭력대책으로 그렇게 하라는 데 진짜 학교폭력대책은 학교가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가 되는 데 있는 겁니다."

서화숙 선임기자 hssu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