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초ㆍ중ㆍ고교생 대상의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 할지 여부와 구체적 방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폭력은 학교와 정부만이 아니라 학부모가 문제 해결의 중요한 축이라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공개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실태조사의 내용과 과정을 감안하고, 발표 이후의 부작용을 염두에 둔다면 공개할 내용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조사는 전국 1만1,672개 학교와 558만 명 학생의 집으로 우편설문지를 발송해 회수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우리 학교에 일진이 있다'는 응답이 한 명이라도 있는 학교는 9,579개교였으며, 재학생 100명 이상이 그렇게 응답한 학교는 643곳이었다고 한다. 한 곳에서는 전교생 모두가 일진이 있다고 응답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이런 답변을 근거로 단순히 여기는 '착한 학교', 저기는 '나쁜 학교'라고 공개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의문이다.
일진에 대한 인식이 학생마다 다르고, 학교와 경찰이 주시하는 폭력서클이 제 각각인 만큼 현장의 실체와 규모를 가늠하여 상응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전수(全數)설문조사는 필요하다. 조사결과를 학교와 당국이 공유하여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고, 경찰이 조직적 학교폭력을 제거하는 효율적인 자료가 될 것이다. 해당 학교의 학부모들이 필요한 경각심을 갖거나 불필요한 우려를 거두는 데도 충분한 도움이 된다. 이번 조사의 결과를 공개하는 대상과 내용은 이런 대목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교과부가 공개한다는 원칙을 정해놓고 방식과 시기를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힌 점이나, 조사를 담당했던 한국교육개발원 측이 "표본으로서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점을 존중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궁금증을 해소한다며 조사내용을 학교별ㆍ지역별로 수치나 순위 등의 형태로 일괄 발표해선 안 된다. 사법당국의 수사결과가 아니라 설문조사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자료를 충분히 분석하고 상응한 대비책을 갖추어 공개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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