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총회 홍보대사, 세계청소년환경연대 설립자, 김대중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독대…'
이런 특별한 이력을 가진 이는 열 다섯 살의 한국계 미국인 조너선 리(한국명 이승민)군이다. 어느새 '환경평화운동가'라는 수식어가 이름 앞에 붙여진 리군이 아버지 이경태(42)씨와 최근 입국했다.
그에겐 '특별한 임무'가 주어져 있다. 21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 평화공원에 'DMZ(비무장지대) 평화 숲'조성을 위한 나무를 심고, 이날을 '세계 어린이 평화의 날'로 선포하는 일이다.
그는 18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분쟁의 상징인 DMZ에 '어린이 평화 숲'을 만들기 위해 지난 수년 동안 전세계를 뛰어다녔는데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됐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에 평화를 향한 어린이들의 순수한 염원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리군이 '평화 나무 심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우연히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면서부터다. "당시엔 그분에 대해 잘 몰랐지만 평화를 향한 의지만큼은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감동을 받았어요. 대통령께서 먼저 '통일이 되면 함께 북한에 가서 밤나무를 심자'고 제안하셨죠. 끝내 지키지 못하고 돌아가셨지만요."
이런 약속은 그에게 오히려 강력한 동기가 됐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보자고 결심했어요. 같은 생각을 하는 전 세계 어린이들과 함께 한다면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세계청소년환경연대'다. 이 단체엔 리군과 뜻을 같이 하는 전세계 어린이 회원 2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그에게 '나무'는 어떤 의미일까. "환경과 평화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이고 효과적인 도구"라고 정의했다. "이번에 심을 밤나무는 굶주린 북한 주민들이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일종의 식량입니다. 또 소나무에는 우리 모두 한민족이라는 메시지를 담았죠. 남과 북 둘(2)이 하나(1)가 되자는 뜻에서 소나무와 밤나무 21그루를 심을 겁니다."
그는 행사에서 8개국 지도자의 지지를 받은'세계 어린이 평화의 날'을 선포하고, 세계 평화를 촉구하는 호소문도 발표한다. "오바마 대통령,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 바츨라프 츨라우스 체코 대통령 등 주요 나라 정치 지도자들이 세계 어린이 평화의 날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각국의 지지를 얻은 만큼 이번 행사가 일회성이 아닌 전 세계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지속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미국 미시시피주에 사는 리군은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열 살이던 2007년 '고 그린맨'이라는 환경만화를 그려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올해 다니던 중학교를 중퇴하고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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