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수명 연장으로 가동 중이던 '노후원전'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사고로, 곧 설계수명을 다하는 경북 경주 월성1호기의 수명 연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월성1호기는 1982년 가동을 시작, 올해 11월이면 설계수명 30년이 끝난다. 환경단체의 반대로 수명 연장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5월 28일부터 6월 8일까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점검을 받겠다고 지난달 3일 밝혔다. 국제 전문가에게 안전성을 확인 받은 뒤 수명 연장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단체에선 IAEA 안전 점검은 허울이고, 공무원과 원자력산업계가 짜고 이미 월성1호기 수명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에 따르면 조석 지식경제부 2차관은 1월 27일 열린 원전수출산업협회 신년 인사회에서 "월성1호기 연장해야 할 것 아니겠냐. 연장 허가가 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수리 비용으로) 7,000억원 돈부터 집어넣지 않았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IAEA 안전 점검 전에 이미 '윗선'에선 월성1호기 수명 연장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 차관은 지경부 원전사업기획단장 등을 지냈다.
조 차관이 신년 인사회에서 언급한 '7,000억'은 한수원이 2009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0개월간 월성1호기의 압력관 등 원자로 용기 주요 부품을 모두 바꾸는 데 사용한 금액(1조1,200억원)의 일부다. 2009년 당시 시민단체는 설계수명 만료 3년을 앞둔 이 원전의 주요 부품 교체를 두고 '수명 연장을 위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으나 한수원은 "원전 안전성 강화를 위한 작업"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 차관의 말에 따르면 한수원이 월성1호기의 수명 연장을 이미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핵연료가 들어가는 압력관 380개를 모두 바꾼 것은 원자로를 새로 만든 것과 같다"며 "원전 재가동을 위한 준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월성1호기의 가동 방식은 이미 오래 전부터 논란거리였다. 이 원전은 물에 중성자가 혹처럼 붙어 있는 중수로 원전을 돌리고 냉각시킨다. 중수는 보통 물보다 2배 무겁다. 우라늄 광석에서 얻은 천연 우라늄을 연료로 바로 쓸 수 있지만 사용후 핵연료와 방사성 물질이 많이 나온다. 또 농축 우라늄을 쓰는 경수로 원전과 달리 천연 우라늄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료를 매일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이런 단점 탓에 현재 운행 중인 전 세계 원전 436기 가운데 중수로 원전(PHWR)은 한국의 4기(월성 1, 2, 3, 4호기)를 포함해 47기뿐이고, PHWR을 수명 연장한 사례는 7건에 그친다. 김익중 경주핵안전연대(동국대 의대 교수) 운영위원장은 "일본 후쿠시마 사고도 수명 연장한 원전 1호기에 문제가 생긴 후 오래된 순서대로 폭발했다"며 "PHWR을 개발한 캐나다에선 수명 연장을 하고도 원자로에서 중수가 새어 나와 고생했는데, 굳이 한국이 나서 시험대가 될 필요가 있냐"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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