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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유 철강의 재발견/ <상> 배, 그 이상을 만든다 :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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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유 철강의 재발견/ <상> 배, 그 이상을 만든다 : 조선

입력
2012.03.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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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한 배 '스마트 십'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

조선 정유 철강을 일컬어 중후장대(重厚長大)산업이라 부른다. 말 그대로 육중한 장치산업이다. 워낙 투자비가 많이 드는데다 상대적으로 영업이익률은 낮아, IT 바이오 같은 각광받는 '경박단소(輕薄短小)'산업에 비해 '올드'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중후장대 산업은 과거 우리나라 산업화의 주역이었을 뿐 아니라, 지금도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과 전후방 연관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기술도 나날이 진화, 이젠 그 자체 첨단산업으로 변모하는 상태다. 중후장대 산업에 대한 올바른 '대접'을 위해, 조ㆍ정ㆍ철 3총사를 재조명한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세계 최고다. 최강 일본을 밀어낸 건 이미 오래 전.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지만, 기술력에선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산업처럼 규모 경쟁, 가격 경쟁으론 어차피 중국과 정면대결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 때문에 국내 조선사들은 첨단화, 고부가가치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변신하는 국내 조선사들의 포인트는 P&S, 즉 플랜트(Plant)와 스마트(Smart)이다.

해양구조물을 휩쓴다

국내 조선업계의 올해 수주목표는 540억 달러. 올해 유럽재정 위기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도, 국내 조선업계가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해양플랜트다. 바다에서 석유 가스 등 자원을 탐사ㆍ시추ㆍ개발ㆍ생산ㆍ저장하는 데 필요한 거대구조물이다.

시장조사기관 에 따르면 고유가로 인해 올해 심해생산설비, 즉 해양플랜트 투자는 지난해 보다 10% 늘어 6,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곽민정 B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양설비 발주는 선박금융보다 프로젝트금융을 선호하기 때문에 유럽위기로 인한 금융문제가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이미 조선업체를 넘어 해양플랜트 업체로 절반 이상 변신을 끝낸 상태다. 최광식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조선 빅3의 해양부문 수주 비중은 지난해 57%에서 올해 71%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해양 부문에서 45억5,000만달러를 수주한 데 이어 올해는 15% 정도 늘어난 52억 달러를 목표로 세웠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16만2,000㎥급 LNG선 2척을 유럽 선주로부터 수주한 데 이어 노르웨이 회그사로부터 LNG-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시설) 1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호주 자원개발업체 인펙스로부터 수주액 20억달러 짜리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1기를 수주했다. 이 설비는 하루 8만5,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최대 114만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거대규모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25억달러 수주목표를 세웠는데, 이 가운데 70%가량인 88억달러 정도를 해양 부문에서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난달 인펙스와 해양가스처리설비 건조계약을 체결했는데 총 중량 10만톤으로 세계 최대 크기이며, 수주 금액도 2조6,000억원에 달해 같은 종류의 플랜트 중 사상 최고 금액이다.

후발주자인 STX조선해양도 해양플랜트 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해저파이프 설치 플랜트를 수주하며 해양플랜트 시장에 첫 진입한 후 드릴 십 등 수주에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시장에 이어 해양플랜트 시장까지 국내 업체들이 싹쓸이하며 막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더 똑똑하게, 더 심플하게

조선소 도크(야외작업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굉음을 내는 크레인, 그리고 빨간 불꽃을 피우는 용접기다. 먼지 하나 용납하지 않는 반도체 생산라인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중후장대 산업의 재래식 이미지도 여기서 비롯된다.

하지만 요즘 조선소 현장은 다르다. 배도 스마트, 그 배를 만드는 과정도 스마트해지고 있다.

작년 3월 세계 최초로 선박에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한 세계 조선업계 1위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총 110척의 '스마트 십(smart ship)' 시스템을 수주했다. 스마트 십은 엔진과 제어기 등 운항정보를 위성을 통해 육상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원격 진단ㆍ제어할 수 있는 차세대 선박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십야드(Shipyard)'는 생산현장의 대혁신으로 평가된다. 현장에서 선박건조에 필요한 데이터를 조회할 경우 과거엔 사무실에 들어와서 PC를 통해 확인해야 했지만, 이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현장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삼성중공업은 생산자동화 로봇을 개발해 작업현장에 투입, 용접 자동화율을 세계 최고수준인 68%까지 끌어올렸다. 또 조선소 전체를 컴퓨터로 제어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선박건조에서 가장 중요한 철강재의 적치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선박에 사용되는 철강재의 적치장 크레인 동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강재의 이동을 자동 추적하는 것으로 정확도와 비용절감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머지 않아 선박도 컴퓨터와 로봇, 모바일 기기가 건조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이 같은 스마트화 속도 역시 국내 조선사들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평가 받는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 무역수지 흑자 1등 공신

지난 1월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했다. 무려 24개월만의 적자였다. 수출 부진이 그 이유였는데, 수출이 저조한 건 바로 조선이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

2월 들어 무역수지는 흑자로 반전됐다. 조선 수출이 정상화된 덕분이었다. 선박수출은 2월 들어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 선박 인도가 원활해지면서 1월보다 8억 달러나 증가했고 이는 무역수지 흑자전환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선박은 워낙 배 한 척의 값이 비싸기 때문에 조선 수출실적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의 희비가 엇갈릴 정도"라며 "그만큼 조선이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고 말했다.

조선수출은 2006년 221억달러에서 지난해 565억 달러로 5년 사이 곱절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6%에서 10.5%로 훨씬 더 높아졌다. 올해 들어서도 조선은 우리나라 업종 가운데 수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달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2조6,000억원 짜리 해양플랜트는 중형자동차 10만대, 스마트폰 300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금액"이라며 "조선은 소비자와 접점이 없어서 그렇지 그 어떤 산업보다도 국민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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