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1~2월 전국 초ㆍ중ㆍ고교생 558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의 학교별 분석 보고서를 인터넷을 통해 정보공시하기로 했다.
폭력 실태에 대한 학교별 분석 보고서를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공개해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취지지만 폭력 피해 응답률이 높은 학교의 경우 부정적인 '낙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교과부는 16일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의 모든 항목을 학교정보공시에 포함해 공개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다만 전수조사가 정착될 때까지 항목별 특성을 고려해 공개시점과 공개방식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학교별 설문 회수율, 피해응답률, 피해유형별 통계 등 3항목은 가정통신문과 학교 정보공시 등을 통해 공개된다. 단 학교폭력 피해의 구체적인 사례가 적힌 주관식 서술문항의 분석 결과는 열람을 원하는 학부모에게만 공개하고, "학교에 일진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은 가정통신문을 통해서만 공개된다.
학교 현장에선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별 폭력데이터가 공개되면 학교에서부터 긴장하고 조심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분석된 데이터가 객관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정적 지표들을 공개했을 때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수조사는 학생들의 참여율이 25%에 불과해 조사를 담당했던 한국교육개발원측도 "표본으로서의 의미를 갖긴 어렵다"고 인정한 바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통해 폭력 실태를 알리는 것과 정보 공개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는 것은 다른 의미"라며 "학교폭력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학교는 기피 대상으로 낙인 찍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조의 손충모 대변인은 "학교가 학생들의 폭력피해 응답률로 평가 받게 되면 이런 성과지표들을 낮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설문 응답에 개입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 학교폭력을 학교만의 책임으로 돌려 정부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학생의 집으로 우편설문지를 발송해 회송하는 방식이었으나 참여율이 90%가 넘는 학교가 671곳에 이르는 등 일부 학교에선 설문을 일괄 작성하게 한 뒤 회송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드러난 학교 폭력에 대해서는 해결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라도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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