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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기적의 유치원' 순위에 연연않는 경쟁 그러니까 재미있지!

입력
2012.03.1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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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유치원/ 조혜경 지음/ 쌤앤파커스 발행∙356쪽∙1만5,000원

일본 큐슈섬의 한 시골마을에 있는 토리야마 어린이집. 이곳 아이들은 아침을 교실이 아니라 운동장에서 시작한다. 흩어져 놀던 아이들은 8시 30분 운동장 한가운데로 모인다. 그리곤 6명씩 조를 짜 달리기를 한다. 슬렁슬렁 노는 달리기가 아니다. 죽자고 뛰는 경주다.

매일 아침 달리기 경주를 시킨다고 하면 우리나라 엄마들은 당장 아이를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길 생각부터 할 것이다. 애들 힘들게 왜 그런 쓸데없는 경쟁을 시키냐고 화를 내면서 말이다. 그런데 EBS PD인 저자의 눈에 신나게 뛰고 난 토리야마 어린이집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이 포착됐다. 아이들은 경쟁을 힘들어하는 게 아니라 즐기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선 경쟁이란 단어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저자는 토리야마 어린이집 아이들이 경험하는 신선한 경쟁을 관찰하며 어른들의 과한 걱정이 우리 아이들에게서 경쟁이 주는 재미와 도전을 앗아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책에서 토리야마 어린이집 원장은 유아들이 어린이집을 좋아하는 이유가 경쟁 상대가 많아서라고 했다. 경쟁 상대가 없으면 의욕을 잃고, 의욕을 잃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단 아이에게 경쟁이 스트레스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나 도전의 기회가 되려면 어른부터 경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는 게 원장의 신념이다. 저자는 경쟁에선 꼭 이겨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준 건 다름 아닌 부모와 교사라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토리야마 어린이집의 달리기 경주에선 1등이 매번 바뀐다. 출발선이 달라서다. 상대적으로 잘 뛰거나 체격조건이 좋은 아이는 뒤에서, 반대인 아이는 앞에서 출발한다. 모든 아이가 1등을 해볼 수 있도록, 또 절대적인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경쟁구도를 만들려는 배려다. 경쟁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성향을 잘 활용하면 글자도 숫자도 악기도 더 쉽게,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음을 이 책은 생생히 보여준다.

토리야마를 비롯해 일본 교육계가 주목하는 유치원 아이들은 잔소리나 훈계 없이도 마라톤을 완주하고, 책을 스스로 읽고, 패스트푸드보다 된장국을 좋아한다. 우리 눈엔 기적 같다. 책을 덮고 나면 아이들이 진짜 바라는 부모나 교사의 모습이 어떤 건지를 깨닫게 된다. 다만 기적의 유치원 아이들이 입시경쟁이 도사리고 있는 공교육 시스템에 들어가서도 잘 적응하는지를 함께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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