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철회도 우습지만 돌려막기도 꼴불견이다. 정당이 이삿짐센터가 아니고 총선 후보자들이 가구도 아닌데, 이리 보냈다가 저리 보내는 게 말이 되나.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으로서 전국 대표성을 갖고 있지만 아울러 지역대표성도 갖고 있다. 지역에서 오랜 세월 노력해온 후보들을 버리고, 그곳에 관심도 없던 후보를 공천하는 것은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또 다른 형태의 낙하산 인사에 다름 아니다.
특히 새누리당의 돌려막기는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다. 충남 공주ㆍ연기에 신청한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서울 중구에, 서울 강남을에 도전한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서울 노원병으로, 부산 중ㆍ동구에 신청한 나성린 의원은 부산진갑으로 재배치됐다. 설동근 전 교육과학부 차관의 경우 검토지역이 6번이나 바뀌었다. 배은희(서울 용산→경기 수원을) 노철래(서울 강동갑→경기 광주) 손숙미(부산 중ㆍ동→경기 부천) 고희선(수원 영통→경기 화성갑) 등도 돌려막기 공천 사례다. 더 황당한 것은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한 이상의 전 합참의장,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채정석 변호사 등이 비례대표를 신청한 일이다. 자발적인 돌려막기인 셈이다.
민주통합당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강남을 경선에서 정동영 의원에 패한 전현희 의원을 서울 송파갑에, 경기 군포에 신청한 안규백 의원을 동대문갑에 공천했다.
과거에도 돌려막기 공천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별 이유 없이 지역구를 옮기는 데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아 함부로 하지 못했다. 물론 시대가 변한 탓도 있다. 인터넷, SNS 발달로 지역적 특수성이나 차별성이 많이 약화됐다. 당선 가능성을 고려한 전략적 고려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공천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쇄신도 아니다. 시스템 공천은 더더욱 아니다. 한 지역에 도전했다가 떨어지면 접는 게 정상이다. 이처럼 많은 수의 재배치는 바꿀 사람, 공천 줄 사람을 미리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위인설관 식 행태다. 능력도 안 되는데 튕겨져 들어온 후보라면, 유권자들이 냉정하게 심판해 돌려막기 풍토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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