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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중국 바둑계, 신성들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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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중국 바둑계, 신성들이 넘쳐난다

입력
2012.03.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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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예들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이번 달에 서울과 중국에서 잇달아 벌어진 대형 국제기전에서 중국이 이른바 ‘90후 세대’의 분전에 힙입어 함박웃음을 지은 반면 한국은 상위 랭커들의 활약이 기대에 못 미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바이링배 세계바둑오픈전 본선 1회전(64강전)에서 한국 8명, 중국 22명, 일본 2명이 각각 32강에 진출했다. 지난 3일 서울서 열린 제4회 비씨카드배 본선 64강전에서 한국과 중국이 똑같이 15명, 일본 선수 2명이 32강전에 진출한 것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이다. 더욱이 두 기전에서 모두 32강에 오른 선수가 한국은 이세돌과 백홍석 두 명뿐인데 반해 중국은 콩지에, 장웨이지에, 천야오예, 씨에허, 저우루이양, 니우위티엔, 판팅위, 당이페이 등 8명이나 된다. (표 1, 2 참조)

두 기전 통합 예선에 출전한 양국 선수 가운데 본선 진출자 비율을 따져 봐도 한국의 열세가 뚜렷하다. 한국은 비씨카드배 통합 예선에 220명(아마추어 포함)이 출전해 29명(13%)이 예선을 통과했고 중국은 57명 가운데 20명(35%)이 본선 무대를 밟았다. 바이링배서는 한국이 87명 가운데 12명(14%), 주최국인 중국이 255명 중 37명(15%)이 각각 본선에 진출했다.

바이링배 본선 64강 진출자를 연령별로 분류해 보면 한국과 중국을 통틀어 1990년대 출생자가 31명, 80년대 출생자가 29명, 70년대 출생자가 3명, 60년대 출생자가 1명이다. 세계 바둑계 중심 세력이 어느덧 80년대생에서 90년대생으로 바뀌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특히 중국 신예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올해 LG배 우승자 장웨이지에(91년생)를 비롯, 저우루이양(91년생), 당이페이(94년생) 판팅위(96년생) 등 이른바 ‘90후 세대’가 그동안 세계 무대에서 크게 활약했던 한중 양국의 선배 강자들을 줄줄이 쓰러뜨리고 양쪽 기전 본선 32강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국내 신예 기사들을 이끌고 여러 차례 한중 신예 대항전을 치렀던 김성룡 9단은 “이번 바이링배는 중국이 주최한 첫 오픈 기전이라 그동안 이름도 들어 보지 못한 무명의 신예들이 통합 예선에 무더기로 출전했는데 모두들 실력이 대단했다”며 “앞으로 비씨카드배를 비롯한 한국 주최 오픈 기전에 중국 기사들이 좀 더 자유롭게 출전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가지고도 수적 우세를 장담하기 힘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나이 어린 신예 강자들이 급증하다 보니 중국에서는 요즘 판윈뤄(95년생) 미위팅(96년생) 판팅위(96년생) 황원쑹(97년생) 왕딩신(98년생) 리친청(98년생) 등 10대 강자들을 따로 묶어 ‘95후 세대’라 부르는 등 바둑계 세대 교체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세대 교체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비씨카드배 32강 진출자 가운데 1990년 이후 출생은 이원영(92년생)과 나현(95년생), 바이링배에서는 김동호(91년생)와 안국현(92년생)뿐이다.

이에 따라 요즘 국내 바둑계는 한국 바둑의 미래를 매우 불안하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중국 바둑계 소식에 정통한 바둑평론가 김경동씨는 “중국은 선수층이 두텁다는 게 장점이지만 그 때문에 세대 교체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단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이창호(1970년대생), 이세돌(1980년대생) 세대가 근 10년씩 정상권을 유지하면서 충분한 실전 경험을 통해 원숙한 기량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창하오, 저우허양의 육소룡 세대는 물론 구리, 콩지에의 소호세대도 전성기가 그렇게 길지 못했다. 파오원야오, 천야오예의 소표세대 역시 첫 세계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겨우 자리를 잡는가 싶었는데 곧바로 장웨이지에가 L배 우승을 차지하고 저우루이양, 탄샤오가 번갈아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90후 세대’의 추격을 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95후 세대‘가 다시 치고 올라와 중국 바둑계가 치열한 내전을 치르면서 극심한 성장통을 앓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하면서 “급격한 세대 교체는 경험 부족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해 큰 시합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각종 세계대회에서 벌어진 한중 대결에서 전반적으로 중국이 우세를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양국 랭킹 5위 이내의 정상급 대결에서는 아직도 한국이 앞선다. 세계대회 본선에 아무리 많은 선수가 올라간다 해도 결국 정상에 오르는 건 한 사람뿐이므로 최근 몇 개 세계대회 본선 성적만으로 한국 바둑의 급격한 몰락을 점치는 건 너무 성급한 우려 같다”고 말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35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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