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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이송지휘 수용한 경찰… 속으론 '칼' 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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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이송지휘 수용한 경찰… 속으론 '칼' 숨겼나

입력
2012.03.1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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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밀복검(口蜜腹劍ㆍ입으로 하는 말은 꿀 같으나 뱃속에는 칼이 숨겨져 있다)'인가.

검찰이 밀양경찰서 소속 정모(30) 경위의 검사 고소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청에 수사관할권을 옮기라고 이송지휘를 한 데 대해, 경찰이 사흘 만인 16일 내놓은 카드는 구밀복검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겉으로는 검찰의 지휘를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한 듯 보이지만 속은 다르다.

경찰청은 이날 "매우 부당하지만 검찰의 이송지휘를 받아들이되, 본청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수사팀을 피고소인인 박모(38) 검사의 주거지인 대구 성서경찰서에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일단 몸을 낮추는 듯하면서도 본청 수사팀을 보내 확실한 수사결과를 내놓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은 2006년 스스로 폐지한 사건 이송지휘 제도까지 꺼내들고 피고소인인 검사의 전ㆍ현직 근무지인 대구지검이나 창원지검 소속 관할지로 사건을 옮기라고 했다"며 "국민들이 '제 식구 감싸기'로 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박 검사가 소속된 대구지검 관할의 성서경찰서로 사건을 옮기게 됐는데 공정한 수사를 의심하는 여론이 일 것이고, 그렇다면 박 검사 스스로 신변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법리적인 반박도 내놨다. 검찰이 이송지휘 근거로 내세운 형사소송법 4조1항(토지관할은 범죄지, 피고인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로 한다)은 수사 단계가 아닌 기소 이후 법원의 재판관할지를 규정한 법 조항이라는 것이 경찰의 논리다. 또 검찰이 이송지휘를 이유로 수사의 주체까지 옮기라고 한 것은 경찰의 수사 개시ㆍ진행권을 침해한 행위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번 고소사건을 놓고 경찰은 이처럼 적극적인 여론전을 전개하는 한편 수사 진행에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경찰청 수사팀은 지난 13일 밀양 현지에서 사건 목격자인 박모(60)씨를 만나 구두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박씨를 이번 사건의 핵심 참고인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경찰에 "당시 검사가 정 경위에게 일방적으로 고함을 지르며 야단을 쳤다. 경찰이 아니라 죄인이나 흉악범인 줄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4ㆍ11총선 출마자인 박씨는 "선거운동 때문에 경찰에 출석해 진술조서를 쓸 시간은 없다"며 "조서는 선거가 끝나고 작성하는 게 좋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사건 직후 박씨에게서 목격담을 전해들은 마을 주민들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경찰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경찰의 반응이 다소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률에 근거해 이송지휘를 했는데도 이치에 맞지 않는 논리를 계속 내세우면서 마지못해 수용하겠다는 듯한 태도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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