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 원자력발전소 측이 심각한 정전 사고를 한달 이상 은폐하는 동안에도 외국언론사 취재진을 초청,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을 알리는 행사를 실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해외에까지 '거짓홍보'를 함으로써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1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고리원전 등에 따르면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3월26일~27일) 참가국 가운데 14개국 16명의 해외 유력언론사 취재진들이 지난달 26일 6박7일간의 일정으로 방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초청으로 회의 준비상황 등을 취재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이들은 한수원 본사방문에 이어 지난 1일에는 부산 기장군의 고리 원전1호기를 찾았다. 고리 원전측은 20여일전 발생한 정전사고를 철저히 은폐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고리원전 관계자들은 해외 취재진들을 대상으로 시설 등을 소개하며 우리나라 원전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고리원전 관계자는 "지은 지 30년이 지났지만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취재진들도 "세계적 수준의 원자력 기술 보유국으로서의 한국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고 호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13일 고리원전의 정전사고와 함께 한달 넘게 이어진 조직적 은폐사실까지 드러나고 해외언론 등에도 자세히 소개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고리원전 측은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사고 사실을 숨기면서 안전하다'고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적어도 사고 사실을 알고 있었던 간부들은 이런 행사 자체를 취소했어야 정상 아닌가"라며 "핵안보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대외신뢰성까지 떨어뜨리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고를 은폐하고 보고의무를 지키지 않은 한수원 관계자들을 형사고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정전사고와 관련, 은폐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문병위 당시 고리원전소장(현 위기관리실장)을 이날 자로 보직해임했다. 문 실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에서 "(사고은폐는) 내가 결정했으며 윗선 지시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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