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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변 걷고 뒷산 올라도 체육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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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변 걷고 뒷산 올라도 체육수업?

입력
2012.03.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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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건이 되는 학교부터 자율적으로 체육수업을 늘리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하루 안에 확대 여부를 알려달라니 어이가 없죠."

서울 A중 황모 교감은 지난 13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공문을 받고 당황했다. 학교스포츠클럽 시간(체육시간) 추가 확보가 가능한지 여부를 당일 오후 3시까지 전화로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23일 시교육청은 학교폭력 대책으로 중학교 체육수업을 주 4시간으로 확대 편성하라는 교과부 방침에 "혼란이 야기된다"며 제동을 걸었고 각 학교에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지시했었다. 황 교감은 "이를 180도 뒤집은 공문도 갑작스럽지만 교육청이 제시한 체육시간 확대 방법은 더 황당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시교육청 '학교스포츠클럽활동 활성화를 위한 시간 편성 추가 안내'공문에 따르면 ▦1개 학년 1시간 확대 ▦아침ㆍ오후 시간에 45분씩 확보해 스포츠 활동에 할애 등을 모두 체육시간으로 인정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 학년에 적용하지 않아도, 0교시나 7교시를 활용해도 체육시간을 확대한 것으로 인정하겠다는 교과부의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궁여지책이 나오게 된 데는 지난 12일 시교육청 중등교육지원과장 회의에서 교과부의 질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교과부 관계자의 지적은 "다른 시도 교육청의 참여율은 높은데 서울시교육청은 참여 학교가 27개교(7%)로 유독 저조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스포츠강사 인건비 명목으로 30억 원을 지원했으니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덧붙였다. 교과부의 압박으로, 7%였던 서울지역 중학교의 참여율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52%(197개교)로 급증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오죽하면 (일선 학교에) 0교시에 양재천을 걷거나 방과후에 학교 주변 언덕을 산책해도 좋으니 참여해 달라고 설득했겠느냐"고 했다.

일선 학교 관계자는 '졸속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D중학교 교감은 "일단 7교시를 활용해 참여하겠다고는 했지만 아직 스포츠 강사 4명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한 학기만 여유를 주면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데, 누구를 위한 체육시간인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급하게 추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학교폭력이 그만큼 시급한 문제고 일선 학교에 스포츠클럽활성화 취지에 대한 의사전달이 부족한 측면이 있어 독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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