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비하 발언 전력에도 불구하고 15일 4·11 총선 경북 고령·성주·칠곡에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석호익 전 KT 부회장이 조기 낙마 위기에 몰렸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석 전 부회장의 공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이날 "5년 전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석 전 부회장의 공천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이러한 의견을 모아 비대위의 석 전 부회장 공천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석 전 부회장 공천 부적절 논란은 새누리당이 서울 강남갑ㆍ을에 각각 후보로 내세웠던 박상일 한국벤처기업협회 부회장과 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의 공천을 번복한 지 하루 만에 악재가 터진 것이어서 '시스템 공천'이 또 다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석 전 부회장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이었던 2007년 5월 한 경제인 모임에서 강연하면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진화했다. 여성에겐 '구멍'이 하나 더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석 전 부회장은 이날 "'고등동물일수록 많이 분화되고 ○○이 많다고 한다. 사람도 이런 견지에서 보면 당연히 여성이 우월할 수 밖에 없다'는 생물학자의 저서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며 "여성의 참여와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날 새누리당 공천위가 석 전 부회장의 과거 발언 사실을 알고도 공천자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은 커졌다. 한 공천위원은 "석 전 부회장이 당시 책에 나온 내용을 인용해 말한 것으로 확인돼 결정적 결격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사람을 전체적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권영세 사무총장도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강용석 의원보다는 좀 수위가 낮지 않았나 해석해서 판단했다"고 했다.
악재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경북 경주의 손동진 후보는 지역 기자들에게 1,000만원을 돌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어 공천이 취소될 위기에 몰렸다. 서울 지역 K 후보의 경우 사생활 문제가 제기됐다. 당내에선 '무리한 후보 돌려 막기와 특정 인사의 입김에 의한 후보 결정 등 시스템 공천의 허점과 실상이 드러난 것'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나왔다.
한편 공천위가 서울 강남 벨트 공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가운데,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됐던 현역 의원들이 심각한 인물난 때문에 구제될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에서 이혜훈(서초갑) 의원을 구명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날 "이 의원을 서초갑에 다시 공천하거나 경기 과천∙의왕에 투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경필 황영철 의원 등 당내 쇄신파는 '강남벨트엔 검증된 이혜훈 의원 등 현역을 공천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공천위에 전달키로 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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