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여신금융전문업법이 최근 국무회의 의결까지 됐지만 논란과 갈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핵심 쟁점은 정부가 카드 수수료율을 정하도록 한 것이다. 개정법은 18조3의 제3항에서 '신용카드업자는 영세한 중소 신용카드가맹점에 대하여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여야 함'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시장원리를 명백히 침해한 악법이라고 강력 반발하는 반면, 가맹점주들은 반대로 집단행동을 통해 금융위에 낮은 수수료율을 책정하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 여전법 개정은 카드사가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 등에는 수수료율을 낮게 적용하고, 중소 가맹점엔 상대적으로 높게 매기는 데 대한 영세상인들의 반발에서 비롯됐다. 현재 연매출 2억원 이하 중소 가맹점은 전국에 약 160만 곳. 이들에 대한 수수료율은 연초까지 약 2.0% 이상이었고, 서점이나 악기상 등엔 3.0% 넘게 매겨졌다. 반면 대형마트 등은 1.6~1.9%의 수수료율이 적용됐고, 삼성카드와 단독가맹점 계약을 한 코스트코엔 0.7%라는 파격적 수수료율이 제공되기도 했다.
■ 영세상인들을 대변하는 유권자시민행동 등은 이런 차별이 가맹점 간 부익부빈익빈 체제를 고착화하는 부당한 '시장의 실패'라며 정치권에 법 개정을 압박했던 것이다. 카드사들의 얘기는 다르다. 지난해 카드사 수수료 수입은 약 9조원. 이 중 자영업자들이 낸 수수료는 2조원인 반면, 약 7조원의 수수료 수입은 대형 마트와 백화점, 자동차회사 등에서 발생한 것인 만큼, 소매업과 도매업 정도의 가격차를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카드사들은 영세상인들의 잇단 특정 카드 결제 거부시위를 '떼법'이라며 개정법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가격을 정하는 건 시장경제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거꾸로 몇몇 카드사들이 절대적으로 우월한 입장에서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책정하는 현 질서 또한 공정한 시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법 갈등은 단순한 이해 다툼을 넘어, 우리 사회가 시장과 공정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할 시험대인 셈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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