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미국 뉴욕에서 3,000명의 생명을 앗아간 9ㆍ11 테러가 핵테러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테러집단에 의해 재현된다면 어떻게 될까. 전 세계에 산재한 수천 톤의 핵물질과 수십만 개소의 핵물질·방사능물질 이용시설은 범죄집단과 테러집단의 잠재적인 공격대상이다. 이렇게 21세기 들어 핵테러는 세계평화와 국제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요소로 등장하였다. 핵테러는 살상규모가 클 뿐 아니라, 그 피해가 지속되고 거의 복구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경계대상이다.
핵테러를 방지하여 세계평화를 지키기 위한 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26~27일 서울에서 열린다. 53개국 정상과 4개 국제기구 수장이 참여하는 이번 회의는 국내 최대 규모 정상회의일 뿐 아니라, 세계평화를 위한 최대 규모 정상회의이다. 1차 핵안보정상회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제창으로 2년 전 워싱턴에서 열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4월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을 제시하고,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하였는데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하였다.
그런데 역사적인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아직 이에 대한 국내의 인식이 높지 않다. 한국이 왜 2차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국으로 결정되었으며, 우리는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우선 핵안보 분야에서 더 큰 이해관계와 영향력이 있는 나라가 많지만, 한국이 선정된 것은 높아진 국제적 지위와 국제사회의 높은 기대를 반영한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당당한 중견국가로서 이미 G20 정상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외교' 역량을 보여주었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도 핵국과 비핵국, 원자력 발전국과 비발전국, 농축재처리 보유국과 비보유국 사이의 갈등을 극복하고 조정하는 데 적임이라 인정받는다. 한국이 비핵국가이면서, 비확산, 핵안보와 평화적 원자력 이용의 모범국가로 인정받은 것도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선정된 배경이다.
다음,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우리는 한국의 국가적 위상과 브랜드파워를 더욱 격상시키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번 정상회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배출과 G20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얻어진 모멘텀을 더욱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전 세계 미디어가 며칠간 한국을 집중 조명하면서 얻게 될 홍보효과는 금전적으로 따지기 어려울 정도이다.
둘째, 올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안정화시키고 북한 비핵화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2012년 들어 북한체제의 불안정성 증가와 김정은 체제의 군사적 도발과 핵위협 가능성을 경고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서울에 모여 세계평화와 핵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정세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테러집단과 같은 '비국가행위자'에 의한 핵테러를 다루므로 '국가'의 핵개발 사례인 북핵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핵안보 의제인 핵무기용 핵물질의 사용중지와 폐기, 불법핵거래 방지 등은 북한의 핵활동을 억지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정상회의의 안팎에서 정상들이 북핵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비핵화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핵테러 방지를 통해 전 세계에 걸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통상국익을 보호하게 된다. 국내 일부에서는 핵테러와 핵안보를 미국과 일부 서방국, 또는 정세 불안정지역의 관심사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세계화 시대에 핵테러와 핵사고로부터 안전지대는 없다. 설사 국내에서 핵테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피해는 한국을 포함한 전 지구에 미친다. 특히 한국과 같은 개방통상 국가는 더욱 큰 직ㆍ간접적 피해에 노출된다. 우리나라는 연간 해외여행객이 1,200만 명을 넘고, 재외동포가 700만 명에 이르며,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110%를 넘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방통상국가이다.
세계 어디에서든지 핵테러와 핵사고가 발생하면 우리 국민과 경제가 직ㆍ간접적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우리가 핵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에 적극 동참하는 것은 실제 우리의 핵심 국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비확산핵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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