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건설은 2010년 말 모 신용평가사로부터 채무상환능력 최고 우량 등급인 ‘AAA-’를 받았다. 그 직후인 작년 1월 LIG건설이 두 차례에 걸쳐 742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하자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신용등급이 양호한데다 모기업인 LIG그룹의 자금 지원도 기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2개월 뒤인 3월 말 LIG건설은 서울중앙지법에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 때서야 신용평가사는 부랴부랴 채무불이행 상태인 ‘D’로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LIG그룹의 ‘꼬리 자르기’에 투자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봤고, 부실 평가를 내놓은 신용평가사도 비난을 면치 못했다.
7월부터 대기업 계열회사에 대한 신용평가가 한층 깐깐해진다. 금융위원회는 15일 모기업이 있더라도 계열사 자체의 독자신용등급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모기업의 계열사에 대한 지원 가능성을 제외한 독립적인 신용평가와 외부지원까지 고려해 종합적으로 평가한 등급이 분리돼 공개된다. 금융위는 “모기업의 ‘꼬리 자르기’에 피해를 본 경우가 적지 않아 이런 방안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 의뢰 기업에 대해 ‘을’의 관계일 수밖에 없는 신용평가사의 독립성도 강화된다. 금융위는 기업이 구두로 신용평가를 의뢰할 수 없도록 하고, 특정등급을 부여해달라고 직ㆍ간접적으로 신용평가사에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키로 했다. 기업이 높은 등급을 주는 평가사를 선택하는 등급쇼핑과 그에 따른 등급 인플레를 막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는 또 신용평가 대상 기업이 제출한 자료목록 모두를 공개하고, 자료가 부실할 때는 등급 부여를 제한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에 등록된 애널리스트에 한해서만 신용평가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고, 같은 애널리스트가 같은 기업에 대해 5년 연속 평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현행 규정을 4년으로 단축키로 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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