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환자 A(66ㆍ남)씨는 수년간 3,333만원의 병원비를 부당하게 더 냈다. 악성 뇌종양 환자 B(27ㆍ여)씨는 2,157만원을, 골반암 환자 C(46ㆍ여)씨는 2,132만원을 과다 지불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지난해 "병원비를 과다하게 낸 것 같다"는 환자들의 신청을 받아 개별진료비를 확인한 결과, 2,000만원 이상 과다진료비 피해자 4명 중 3명이 암 환자였다. 1,000만원 이상 과다하게 부담한 환자 21명 중에는 11명이 암 환자였다. 최소 수년간을 투병해야 하는 암 환자들이 건강보험 혜택 부족과 병원들의 상술에 두 번 울고 있었다.
14일 심평원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 병원비를 과다 부담한 환자 21명 중 상당수가 백혈병, 대장암, 난소암 등을 앓고 있었고, 암이 아니더라도 간이식, 뇌출혈 등의 중증환자들이었다. 1,000만원 이상 부당 부과한 병원 중 12곳은 국내 최대병원 그룹에 속하는 상급종합병원이었다.
부당 청구 중에는 특진을 받지 않았는데도 특진비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위 환자 21명 중 14명이 선택진료비(특진비)를 1인당 최대 447만원(항문암 환자)이나 부당하게 냈다. 암 등 중증환자들은 자주, 장기간 병원을 찾기 때문에 특진비를 부풀려도 의심을 갖는 경우가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환자들이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잘 알지 못한다는 점도 악용되고 있다. 처치ㆍ수술료에 포함돼 있어서 별도로 징수해서는 안 되는 치료재료 비용을 추가로 부과하거나, 건강보험이 되는 검사ㆍ처치료를 적용이 안 되는 것처럼 따로 돈을 받아내는 등의 수법이었다.
그러나 건강보험 적용이 최신 치료제나 시술 확대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부당 청구도 상당했다. 이른바 규정상 허용되지 않은 처방이나 시술을 하고 비용을 전부 환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임의 비급여'논란이다. 최대 병원비 환급액을 기록한 폐암 환자 A씨의 경우, 선택진료비로 223만원, 폐암표적치료제인 이레사 비용으로 3,104만원을 부당하게 지불했다. 이레사는 한 알에 5만원으로 하루 한 알씩 복용하면 한 달에 150만원이 들어간다. 지금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약값의 5%만 내면 되지만, 2010년 4월 이전까지 1차 치료제(다른 항암제를 쓰기 전 최초로 쓰는 항암제)로 승인이 안돼 병원에서는 폐암환자에게 처음부터 이레사를 쓰려면 환자의 동의를 구해 불법적으로 사용해야 했다. 더 나은 치료효과를 기대하는 환자도 이런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환자와 병원간의 이런 '임의 비급여' 거래는 환자가 추후 심평원에 신고하면, 병원측이 이번 경우처럼 전액 치료비를 토해내야 하기 때문에 의료계의 반발이 심하다.
심평원 관계자는 "암 진료의 경우 2006년부터 사전신청을 하면, 현재 규정상 허용이 안된 치료방법이라도 환자 전액 부담으로 치료를 허용하는 제도가 있어 이를 이용하면 된다"며 "특히 임의비급여는 표준치료로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 진료내역이기 때문에, (임상시험으로 병원이나 제약사측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환자에게 비용을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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