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는 것일까 못 하는 것일까, 아니면 기다리는 것일까.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추가 의혹이 쏟아지는데도 검찰은 망설이고 있다. 고질적인 청와대 눈치보기, 제식구 감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청와대 개입설 폭로, 이를 시인하는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의 녹취가 공개되면서 재수사 요건은 충족됐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그러나 정작 검찰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의혹 대상자에 검찰 관계자가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수사에 들어가면 2010년 수사 당시 증거인멸의 빌미를 주고 최 행정관 봐주기 의혹이 제기된 전임 수사팀의 실책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게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또 불법사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2008년6월~2009년7월)을 지낸 정동기 전 대검 차장도 2년 전 수사에서는 단서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됐으나 재수사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수사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특히 최 전 행정관이 장 전 주무관을 회유하면서 "(민정수석실에)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뒀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정동기 전 수석에 이어 민정수석(2009년7월~2011년8월)을 지낸 권재진 법무부장관도 재수사가 시작되면 정치권 공세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재수사 착수로 생길 복잡한 경우의 수에는 전ㆍ현직 검찰 인사들이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검찰이 머뭇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1차 수사에서는 증거 부족으로 면죄부를 받았던 청와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는 점도 검찰이 선뜻 발을 내딛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1차 수사에서 방문조사를 받는데 그쳤던 최 전 행정관의 증거인멸 지시 사실이 드러난 이상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 확대가 불가피한데, 임기 말이라고 해도 검찰이 과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울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단서 정도가 아니라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나왔다는 점에서 재수사는 당연하며, 검찰이 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도 무성하다. 당장 재수사에 착수할 경우 정치적 휘발성이 강한 이 사건이 4ㆍ11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선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는 시각이 그 하나다. 또 재수사에 나서더라도 최종적인 윗선을 밝혀내지 못한 채 최 전 행정관이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기소하는 선에서 끝내면 또 다시 부실수사 논란에 특검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검찰이 아예 특검으로 직행하기를 바라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2년 전 뒤늦은 압수수색이 수사 실패의 한 요인이 됐는데, 검찰이 또 다시 실기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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