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인천 전자랜드가 '특별 보양식'을 먹고 살아났다.
14일 전자랜드와 부산 KT의 2011~12 KB 국민카드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4차전이 열린 인천 삼산월드실내체육관. 경기 전 홍봉철 전자랜드 구단주는 경북 영주산 산삼 한 박스를 보내왔다. 정규시즌에서도 몇 차례 선물한 적이 있지만, 이날만큼은 반드시 이겨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산삼의 효과는 곧바로 드러났다. 전자랜드는 1쿼터부터 KT를 거세게 몰아붙여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센터 주태수가 6점 2리바운드로 깜짝 활약했고, 1쿼터 2분23초를 남기고는 문태종, 강혁이 잇달아 득점에 성공하며 점수는 18-7로 벌어졌다. 특히 외국인 센터 로버트 힐은 21.9초를 남기고 찰스 로드의 골밑슛을 블록, 경기장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렸다.
2쿼터에서도 경기 양상은 바뀌지 않았다. 전자랜드는 KT의 공격을 13점으로 묶고 22점을 몰아 넣으며 점수 차를 43-27로 벌렸다. 베테랑 신기성이 2쿼터 초반 4점을 몰아 넣었고 힐은 골밑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전자랜드는 끝까지 공세를 늦추지 않으며 84-57로 승리,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갔다.
역대 6강 플레이오프에서 1승2패로 몰리다 2연승으로 4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경우는 단 한 차례다. 지난 2008~09시즌 전주 KCC가 전자랜드를 상대로 이 같은 기록을 썼다.
그 동안 선발 출전하지 않았던 주태수(30ㆍ200cm)의 활약이 빛났다. 주태수는 박상오, 김영환, 송영진 등 KT의 포워드를 상대로 높은 신장을 적극 활용했다. 앞선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는 평균 0.3점 1.3리바운드를 잡은 게 전부이지만 이날은 9점 6리바운드를 잡았다. 문태종(18점 11리바운드) 허버트 힐(30점 16리바운드)이 코트를 장악할 수 있던 이유도 주태수가 공격의 활로를 뚫어준 영향이 컸다.
경기 후 주태수는 "로드 수비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공격에서는 자신 있게 한 것이 주효했다"며 "그 동안 부산 원정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반드시 5차전도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투입했는데 주태수가 이날 경기의 수훈갑"이라며 "5차전에서는 갖고 있는 모든 카드를 다 쓸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로드가 23점 11리바운드로 분전했지만 조성민(2점), 박상오(4점), 조동현 (2점) 등 국내 선수들이 부진했다. 전창진 KT 감독은 2쿼터 1분39초를 남기고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주전 멤버 5명을 모두 교체하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5차전은 16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인천=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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