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축산농가들이 어려운데 관세 인하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크게 늘어나면 쇠고기값이 폭락할 게 분명합니다."
경기 고양시 설문동에서 한우 200마리를 키우는 유완식(53)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일이 다가올수록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룬다. 사료값은 매년 20~30%씩 치솟고 있지만, 외국산 쇠고기 수입이 늘어나면서 소값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2009년 전국 한우고급육경진대회에서 1등을 할 정도로 품질 경쟁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한미 FTA가 발효돼 값싼 쇠고기가 대량 유입되면 품질만으로 승부를 장담하긴 어렵다. 그는 "소 육질이 1등급이어도 겨우 본전만 건지는 게 현실인데, 2등급 이하 육질을 생산하는 40%의 한우 농가는 도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현재 40%인 쇠고기 관세가 매년 2.7%씩 철폐돼 무관세가 되는 향후 15년간 한우농가가 3조원 이상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씨는 "정부가 FTA 수혜 기업들에게서 재원을 마련해 농업에 투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고 관세 철폐로 이익을 얻는 무역업자에게도 농촌부흥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업종 간 양극화 해소 대책을 촉구했다. "1차 산업은 생명산업입니다. 지금까지 농ㆍ축산업을 무시하고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습니다. 정부의 'FTA 우선주의'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입니까." 불안감이 잔뜩 깃든 유씨의 얼굴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고양=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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