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10년 안에 대부분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사업과 제품이 자리 잡아야 할 것입니다."
작년 1월, 4년 만에 신년 하례식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의미심장한 말은 던졌다. 이때부터 삼성전자에 대대적 사업구조개편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고, 과연 미래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은 뭐가 될지 세간의 관심을 쏠리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 뒤.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사업조정에 들어갔다. 핵심은 주요 사업의 하나인 LCD 부문을 4월1일자로 떼어내는 것. 삼성전자에서 떨어져 나온 LCD 부문은 기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S-LCD 등을 합쳐,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중심의 종합 LCD업체로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사실 삼성전자의 변신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창립 이래 1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쉼 없이 사업구조를 재편해왔다.
1980년대까지 삼성전자는 TV 카세트 냉장고 등을 만들던 가전회사였다. 이런 사업포트폴리오에 메스를 처음으로 메스를 가한 건 1992년. 이 때부터 삼성전자의 주력은 반도체로 바뀌었다. 64메가비트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더니 이듬해엔 메모리반도체 부문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처음 반도체를 시작했을 때 일본에선 '삼성이 64메가비트 D램을 만들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만약 그 때 반도체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삼성전자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2년. 삼성전자는 전혀 다른 회사가 되어 있었다. 가전회사였던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계열사인 삼성SDI로부터 넘겨받은 LCD ▦TV 등 생활가전 ▦휴대폰 등 4개 핵심사업을 거느린 종합 IT회사로 변신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쪽이 부진하면 다른 한쪽이 메워주는, 전 세계 IT업체 가운데 가장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재정위기에도 삼성전자가 계속 이익을 낼 수 있는 건 이런 보완적 사업구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 세계 IT업체들이 모두 부진했던 지난해 삼성전자는 오히려 처음으로 '160조(매출)ㆍ16조(영업이익)' 클럽에 가입했는데 이런 사업구조의 힘 덕분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는 LCD를 떼어내는 등 또 한번의 대대적 사업구조개편을 추진 중인데, 그 키워드는 '성장성'이다. LCD에 앞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도 작년 말 매각했을 만큼, 성장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다.
사실 지금 진행되는 사업구조개편의 방향을 보면 10년 뒤 삼성전자의 밑그림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더구나 현재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린 미묘한 시점이라 그 방향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2022년의 삼성전자는 ▦비메모리반도체 ▦스마트TV ▦스마트모바일 ▦의료기기 및 바이오제약을 축으로 하는, 지금 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는 10년 뒤에도 여전히 중요 사업이다. 하지만 변동성이 심한 메모리반도체 보다는 수익성 높은 비메모리반도체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도 올해 비메모리 분야에 메모리(7조원) 부문 보다 많은 8조원의 투자를 단행키로 한 상태다.
또 종전 LCD TV 위주의 TV 사업도 3차원(3D) 기능 등이 포함된 스마트 TV로, 모바일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PC 중심으로 바뀔 전망.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의료기기와 바이오 분야인데, 삼성전자는 이미 투자와 인수합병(M&A)을 본격화하고 있는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모바일 기술이 접목된다면 아마도 10년 뒤엔 상상하지 못한 의료기기 제품들이 삼성전자 브랜드로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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