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에 머물고 있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등 4명의 국회 대표단은 13일(현지시간) 인권 관련 비정부기구(NGO)를 대상으로 탈북자 북송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전날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정부간 회의를 통해 북한 인권 상황에 관심이 쏠린 여세를 몰아 민간 차원의 공감대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이날 휴먼라이츠워치(HRW), 북한인권시민연대 등 NGO 20여개가 주최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서밋 회의'에서는 탈북자 2명이 나와 북송 당시 처참했던 상황을 증언했다. 대표단 일원인 새누리당 안형환 의원은 "대표단은 전세계에서 모인 NGO 활동가들과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탈북자 인권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렸다"면서 "이곳에 머무는 동안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이슈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표단은 14일 회의에 참석한 NGO 회원들과 함께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시작해 북한 대사관을 거쳐 중국 대사관까지 도보 행진을 벌이며 탈북자 강제송환을 금지하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대표단은 북한, 중국 대사관에 전달할 항의 서한도 준비했다.
도보 행진에는 제네바에 모인 인권운동가와 시민, 관광객 100여명이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은 이어 알렉산더 알레이니코프 유엔 난민 고등판무관실 부대표, 강경화 유엔 인권사무소 부대표 등을 만나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해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전날 공식 일정을 마친 유엔 인권위는 21일쯤 전체 회의를 열고 유럽연합(EU)이 제안한 대북 인권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한편 전날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장에서 발생한 국회 대표단과 북한 대표부 일행 간 물리적 충돌을 놓고 양측의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북측에 의해 부상을 입은 새누리당 안 의원은 이날 "여성인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을 발로 차고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을 팔꿈치로 때리는 등 북한 측이 먼저 폭력을 행사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유엔에 공식 항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북한 대표부는 "남한 측 인사들이 자신들을 괴롭혔다(harrassment)"고 반박하면서 유엔 인권위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당사자들의 요청이 없어 정부 단독으로 유엔에 직접 항의할 생각은 없다. 국회 대표단과 현지 공관의 협의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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