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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 울리는 '콜 가로채기'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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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 울리는 '콜 가로채기' 극성

입력
2012.03.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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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앞에 계신다고요?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13일 오후 9시 경력10년 차 베테랑 대리기사 A씨는'강남 역에서 분당까지 2만원'이라는 대리운전 업체의 콜 정보(고객 위치 및 요금)에 따라 손님과 통화를 하자마자 곧장 달려갔다. 막상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던 서울 서초구 교보문고 앞에 도착해보니 온데 간데 없다. 그러자 A씨는 다시 통화를 시도했고 이 손님은 "무슨 소리냐, 대리기사가 와서 출발했는데"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A씨가 도착하기 직전 누군가 콜 정보를 빼내 손님을 채간 것이다. A씨는"이런 식으로 콜 정보를 빼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이게 다 불법 해킹프로그램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가 말하는 것은 콜 가로채기용 불법해킹프로그램으로 대리기사들 사이에서는 '다잡아'로 통한다. 해킹프로그램이 대리운전업체 서버에 들어오는 콜 정보를 소속된 대리기사에게 전송하기 전후에 가로채 다잡아 프로그램을 설치한 특정 대리기사에게 먼저 전송해 주는 식이다. 다잡아 프로그램 판매책들은 대리기사들에게 은밀히 접근, 월 15만~45만원의 사용료를 받고 깔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리기사 B(경력 6년)씨는"콜 잡기가 초치기 경쟁인데 한 달에 15만원 내는 게 대수겠느냐"며 "다잡아를 깔면 월 100만원 정도 수입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대리기사의 평균 수입은 월 100만원 안팎이지만 다잡아를 깔면 월 25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리기사들 사이에 이처럼 불법프로그램을 이용한 불공정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단속 자체가 어렵다. 다잡아 프로그램 판매책이 대리기사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점조직 형태인데다 다잡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대리기사도 이득을 보는 상황이니 수사당국에 고발을 하는 일도 없다. 판매책들이 신뢰할만한 대리기사들에게만 다잡아를 깔아준다는 것이다. 그러니 대리기사들 사이에 다잡아 프로그램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 추정도 하지 못할 정도다.

수사당국의 한 관계자는"콜 가로채기용 프로그램 판매책들은 열악한 대리운전업계 특성을 악용해 고객정보 유출 등 온갖 불법으로 부당이익을 챙기고 있지만 수사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심지어는 다잡아 판매책들이 해킹한 고객 개인정보를 여타 대리운전회사들에 데이터량에 따라 200만~500만원에 팔아 넘기기도 한다.

다잡아 판매책으로부터 서버를 해킹 당한 D업체 관계자는"회사 자산인 콜 정보를 완전히 불법 업자들에게 장악 당했다"며"보안을 강화해도 24시간씩 이상징후가 있는지 사람이 직접 확인해야 겨우 잡을까 말까"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3년 전 대리운전기사를 그만 둔 E(경력3년)씨는 "대리운전업체들이 대리기사들로부터 보험료, 수수료, 콜 받았다가 번복하면 물리는 벌금까지 온갖 명목으로 돈을 뜯어가다 보니 대리기사들은 불법 프로그램을 써서라도 수입을 올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단속을 한다고 해도 대리기사들의 열악한 처우개선 없이는 불법 콜정보 가로채기 프로그램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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