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의 진수를 더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니스 인근 해변도시 상트로페에서 열린 포르쉐의 신형 3세대 '박스터(Boxter)' 출시 행사장에서 만난 포르쉐 관계자는 이렇게 강조했다.
신형 박스터는 2004년 2세대 이후 8년 만에 등장한 2인승 로드스터(뚜껑을 열고 달리는 차). 지난 6일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식 첫 선을 보인 데 이어 이날 출시 행사를 가진 박스터가 스포츠카의 대중화라는 포르쉐의 철학을 잘 구현한 차라는 설명이다. 포르쉐하면 떠오르는 대표차 '911'보다 가격은 40% 정도 싸면서도, 스포츠카로서 성능은 충분히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차는 2세대 박스터보다 엔진 출력은 높으면서도 연비는 15% 좋아졌다. 또 무게를 이전보다 35㎏ 가볍게 했다. 겉면의 절반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었고 운전대 일부와 접이식 지붕 구조물에 마그네슘 합금을 쓴 것. 뉴욕타임즈는 "산뜻한 외모에 이전 모델보다 힘은 더 좋아졌다"며 "예쁜 만큼이나 운전의 즐거움도 더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포르쉐는 1948년 첫 스포츠카 '356'을 시작으로 60년 넘게 스포츠카의 역사를 새로 써오고 있다. 그 동안 스포츠카 하면 떠오르는 '백만장자 전유물'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며, 수익성 확보도 이뤄냈다.
포르세는 특히 지난해 상반기 2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세계 자동차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포르쉐가 상반기 얻은 영업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11억 유로(약 1조6,600억 원). 지난해 처음으로 판매량 10만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비싼 스포츠카를 팔면서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크리스토프 슈퇴르머 HIS 글로벌 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포르쉐는 엄격한 원자재 구매 비용 관리 정책을 펼치고, 개발 과정에서도 낭비를 최소화한다"면서 "여기에다 할인 혜택을 제한하는 등 판매망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비결을 분석했다.
물론 포르세도 위기에 빠진 적도 있다. 1993년 당시 영업 이익률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 14%, 순이익은 1억2,300만 유로의 적자를 냈다. 유로화 가치 상승으로 북미 시장에서 911, 박스터의 판매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포르쉐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02년 업계 처음으로 스포츠카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카이엔'을 내놓았다. 당시 제작의 상당 부분을 협력 업체에 맡기고, 엔진과 플랫폼 개발 비용은 역시 SUV '투아렉'을 개발한 모회사 폴크스바겐과 나눠 쓰는 '짠돌이 전략'을 썼다. 당시 업계에서는 '스포츠카의 배신'이라는 비난과 함께 카이엔의 실패를 점치는 여론이 많았다.
슈퇴르머 애널리스트는 "포르쉐가 카이엔을 만든 것은 큰 도박이었다"면서 "하지만 SUV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제 때 읽고 최고 시속 240㎞를 내는 스포츠카와 버금가는 성능까지 갖춰 대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마티아스 뮬러 포르쉐 사장은 "스포츠카를 탔던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면서 가족이 함께 탈 스포츠카를 찾게 됐다"며 "2009년 스포츠카를 기반으로 한 4인승 세단 파나메라를 만들어 성공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이엔과 파나메라는 포르쉐 전체 판매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들이다. 이들의 성공에 힘입어 911, 박스터 등 원조 포르쉐들도 동반 질주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르쉐의 성공을 두고 요헨 차이츠 푸마 이사회 의장은 "덩치만 큰 폴크스바겐이 아니라 고급화와 대중화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 포르쉐를 배워야 한다"고 치켜 세웠다. 포르쉐는 내년 말 카이엔보다 한 체급 낮은 소형 SUV '마칸'을 선보이며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니스(프랑스)·제네바(스위스)=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