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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오피스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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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오피스빌딩

입력
2012.03.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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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중구 수하동 미래에셋센터원빌딩. 전체를 통유리로 감싼 32층 높이의 쌍둥이 빌딩이 위용을 자랑한다. 청계천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탁 트인데다, 2010년 말 준공된 최신식 건물이어서 사무실로는 제격이다. 그런데 준공 후 빌딩 임대율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최근 17개월 무상 임대를 조건으로 SK건설을 유치하는 등 임차인을 모집하기 위해 파격적인 '당근'까지 제시하고 있다. 청계천을 따라 페럼타워, 시그너처타워 등 대형 오피스빌딩이 잇따라 들어선 영향이다. 이들 빌딩도 비슷한 조건으로 임차인을 구하기는 마찬가지다. 을지로2가 파인애비뉴, 회현동2가 스테이트남산 등 인근 초대형 프라임 빌딩도 일정기간 '임대료 무상' 조건을 내걸 정도로 늘어나는 공실률(빈 사무실 비율)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한 때 빈 사무실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서울 종로, 을지로, 광화문 등 도심의 대형 오피스빌딩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건물주들이 임대료 인하, 무상 임대 등 각종 혜택을 내세워 보지만, 공실률을 높이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장기 불황의 여파로 기업들의 수요가 줄면서 빈 사무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자문사 알투코리아에 따르면 서울지역 오피스빌딩의 평균 공실률은 2009년 1분기 3.1%에서 2011년 4분기 5.1%로 올랐다. 특히 1%(2009년)대를 유지하던 도심의 대형 빌딩 공실률은 2011년 6.7%로 치솟았다. 오피스빌딩의 주요 고객인 기업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사무실 수요는 줄어든 반면, 공급은 오히려 늘어난 탓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서울지역 오피스 공급량은 2008년까지 연 평균 80만㎡(연면적 기준) 안팎이었지만 지난해엔 110만㎡로 40% 가까이 늘어났다. 2007년 전후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빌딩 매입에 대거 나서면서 대형 오피스 개발이 한꺼번에 이뤄진 것이다.

이처럼 공실률이 높아지자 건물주들은 빈 사무실 증가에 따른 수익률 저하를 막기 위해 임대료 인하는 보통이고 일정기간 무상 임대, 기존 계약해지에 따른 위약금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8월 완공한 을지로2가 파인애비뉴는 최근 100%에 육박하는 공실률을 감당하지 못해 일정기간 임대료 무상 조건으로 한솔제지를 입주시켰다.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빌딩은 3.3㎡당 임대료를 3만원 정도 낮춰 빈 사무실의 주인을 찾고 있다. 을지로 A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 중심가의 랜드마크 빌딩조차 임대료를 내리지 않으면 임차인을 못 구하는 상황"이라며 "수요층인 기업들은 건물주가 내건 인센티브를 보고 빌딩을 고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형 오피스빌딩의 경우 다양한 소규모 업체가 입주하는 중소형 빌딩과 달리 수요층이 한정돼 있어 당분간 공실률 상승과 임대료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알투코리아 관계자는 "올해도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도심권의 대형 오피스 공급이 지속될 전망이어서 오피스 공실률이 1% 정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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