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 탈레반이 미군의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지 하루 만에 정부 대표단을 공격하는 등 아프간 내 반미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13일 오전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칸다하르주 발란디에서 정부 대표단에 총격을 가했다. 이 공격으로 대표단 경비를 맡고 있던 아프간 군인 1명이 숨지고 군 검사 등 2명이 다쳤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형제 등 대표단 일행은 총기 난사 희생자 추모행사가 열린 이슬람 사원을 찾았다가 탈레반의 공격을 받았다. 탈레반은 전날 미군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보복 공격을 하겠다는 경고했었다.
미군의 총기난사에 항의하는 반미시위도 이날 시작됐다. 아프간 동부 잘랄라바드의 대학생 400여명은 수도 카불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가로막은 채 "미국에게 죽음을, 오바마에게 죽음을" "우리의 민간인을 살해한 미군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며 성전을 선언했다. 이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형을 불태우고 유엔과 아프간 정부에 총기난사 군인을 공개재판에 회부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는 "미군의 기소 및 처벌은 미군 법정에서 한다는 게 아프간 정부와의 합의"라며, 총기난사사건 용의자의 신병을 인도하라는 아프간의 요구를 거부했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내가 알기에는 이런 경우 사형도 고려사항"이라며 "사건을 검토하고 적절한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절차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의 아프간 조기 철군과 관련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변함 없다"며 알카에다 세력에 대적하고 아프간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해 아프간 병력을 훈련시키는 일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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