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가 청와대, 총리실은 물론 검찰까지 공모한 원초적 부실ㆍ조작수사였음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장진수 전 공직윤리관실 주무관의 구두 폭로에 이어 이번엔 이들 주장을 확인해 주는 관련자들의 대화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빼도 박도 못할 명확한 정황이다.
내용은 과연 국가기능이 정상 작동하는지를 의심케 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사실대로 다 말하면) 민정수석실도, 총리실도 다 자유롭지 못할 테고… 권태신 실장도 위증문제로 걸릴 테고…, 내가 보호하고자 했던 다른 사람(청와대 쪽)들이 다 죽게 생겼으니… "등의 대목은 누가 봐도 청와대 총리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알려준다. "내가 검찰에서 벌금형 이하로 구형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주면…" 등은 앞서 장 전 주무관의 "검찰이 신문조서를 보여주면서 부인하는 요령을 가르쳐줬다" "검찰이 먼저 증거인멸을 요구했다"는 등의 진술과 맞물려 검찰이 수사대상자들과 조율해 사건 축소에 가담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사건은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에 관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서류 파기에 개입했으며, 특히 권력실세인 이른바 영포라인이 관련된 권력형 비리라는 의혹이 처음부터 거세게 제기됐다. 여권에서조차 "조사 대상자가 오히려 수사상황을 보고 받는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는 장 전 행정관을 비롯한 총리실 실무자 몇 명을 기소하는 데 그침으로써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조차 "실패한 수사"라고 자인할 정도였다. 수사결과가 그 모양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검찰은 존립근거 자체를 의심받는 이 순간까지도 고발이 들어오면 통상절차에 따라 처리한다는 한가한 원론이나 되뇌고 있다. 신속한 재수사나 특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된 이상 장 전 행정관 등의 주장을 확인하는 정도의 수사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다.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당초 제기됐던 권력핵심 실세의 의혹까지 가려내지 못한다면 도저히 국민을 설득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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