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에 이어 야구에까지 승부조작 마수가 뻗쳤다죠. 이것도 ‘중독’현상의 일단 입니다. 더 있으면 ‘중독공화국’이 되겠다 싶어 뭉쳤어요.”
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중독예방치유센터장을 지낸 조현섭(50ㆍ여)씨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중독예방국민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이른바 ‘중독과의 전쟁’에 나선 것이다. 도박피해자모임, 인터넷도박추방운동본부, 알코올중독회복자모임, 한국중독전문가협회 등 각종 ‘중독’과 싸우고 있는 전국 16개 시민단체 및 전문가 1,500여명이 회원이다. 중독예방 및 치유 전문가인 조씨가 이 단체의 대표격인 총재직을 맡았다.
조 총재는 23년간 알코올과 도박 중독 환자 치료에 매진해왔다. 심리학 박사로 보건복지부 지정 전국알코올상담센터 기술지원단장과 서울대 간호학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한 그가 느끼는 중독 문제는 일반인들 생각 이상이다. “국내 중독자 수가 몇 명인지 아세요? 도박 230만명, 인터넷 170만명, 알코올 160만명, 약물(마약) 150만명, 게임 80만명 등 800만명 입니다. 국민의 16% 정도지요. 가족을 포함해 이들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자는 국민의 절반입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특히 중독에 빠지는 비율인 중독 유병률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그는 “도박의 경우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국민 모두가 중독자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민국이 ‘중독의 나라’라 돼 가는 원인에 대해 조 총재는 정부의 정책 실종과 놀이 문화의 부재를 꼽았다. “강원랜드(카지노)만 보더라도 이를 활성화 하는 기관(문화체육관광부)이 감독역할까지 겸하고 있어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하고 있잖습니까. 각종 중독자에 대한 정부의 중장기적 플랜은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해요.”
스포츠토토 베팅 인구가 급격히 늘어 사회문제화 하고 있지만 판매점들은 도처에 깔려서 국민들을 유혹하고 있는 실상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정책 부재 못지않게 중독자들이 늘어 재활복지예산 증액이 필요하지만 당국은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며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도박 78조원, 알코올 21조원 등 사회 전체적으로 매년 수 백 조원 규모”라고 꼬집었다.
중독예방국민운동본부의 역할은 그래서 분명하다. 각종 사회 문제들의 ‘숙주’나 마찬가지인 중독의 주소를 진단하고, 예방책과 해법을 찾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일이다. 지금까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던 각종 중독 피해자와 가족, 관련 전문가 집단이 한데 모인 만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조 총재 인식도 같지만 그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이 중독 회복 활동에 나서는 것도 필요하지만 결국엔 제도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중독자 증가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들이 ‘중독의 늪’에서 빠져 나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법률ㆍ제도적 장치 를 마련하는 게 시급합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