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 파장을 낳은 영화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처럼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사회성 짙은 연극 한 편이 무대에 오른다.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 문제를 다룬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5월 18일부터 7월 22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스페이스신도림에서 공연된다. 일본 극작가 하다사와 세이고의 2008년작으로, 지난 1월 말 명동예술극장에서 낭독공연 형식으로 선보인 후 큰 반향을 일으켜 무대화가 결정됐다.
연극은 한 중학생이 자살한 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부모들이 학교 회의실에 소집되면서 시작한다. 2006년 후쿠오카에서 일어난 '이지메(집단 따돌림)' 학생 자살 소식을 접한 작가는 "언론 보도가 온통 피해자에만 집중돼 있고 가해자의 가정 상황은 잘 드러나지 않는" 점에 의문을 품었다. 연극은 사건을 축소하려 하고 "때리기는 했으나 폭력은 아니"라는 모순된 변명으로 일관하는 가해 학생 부모의 왜곡된 자식 사랑을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가해 학생 부모들은 유일한 증거물이자 자살한 여학생이 담임 교사와 친구에게 가해 학생들의 이름을 적어 보낸 편지를 불태우는 집단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집단 따돌림보다 더 무서운 집단 이기주의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인물의 이름과 일본의 명문 사립중학교를 서울의 국제중학교로 바꿨을 뿐 원작의 구성과 서사는 그대로 살렸다.
연극은 출연진의 면면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지만 무대에 학생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손숙, 박용수, 박지일, 이대연, 길해연, 서이숙, 장영남 등 대학로를 대표하는 명배우들이 피해, 가해 학생의 부모와 조부모, 교사 등으로 나와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져 버린 우리 사회의 현실을 생생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제작자인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사회 문제를 말하는 게 연극의 역할이고, 한 편의 연극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며 "사회 구성원 모두가 반성하는 계기가 되도록 이 작품이 화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출 김광보.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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