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년 전만해도 정원 미달을 걱정해야 했던 시골학교가 대학 입시에서 웬만한 특수목적고나 서울 강남의 고교보다 나은 성적을 냈다.
경기 양평에 있는 양서고는 2012학년도 대입시에서 졸업생 중 4분의 1 가량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소위 '스카이'에 진학했다. 219명의 졸업생 가운데 52명(24%)이 서울대(8명), 고려대(20명), 연세대(24명)에 합격한 것이다. 의대와 한의대(15명), 카이스트(1명) 입학생 등을 합치면 전체의 80% 정도가 서울의 상위권대에 들어갔다. 이 학교는 2011학년도 입시에서도 37명이 '스카이'에 합격한 바 있다.
한적한 시골학교가 이런 성과를 낸 비결이 궁금했다. 권진수(60) 양서고 교장은 1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보딩스쿨(기숙형 학교)의 강점을 최대한 이끌어내는데 집중했던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공동체 생활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한 것이 학생들의 학습 효율을 극대화 시켰다는 분석이다.
1985년부터 기숙사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양서고의 일관된 목표는 학생들이 즐겁게 생활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25년 이상을 그렇게 관리해왔다. 운영 노하우가 쌓이면서 서서히 효과가 나기 시작했다. 권 교장은 "24시간 앉아서 공부만 하도록 하는 게 '노하우'가 아니다"며 "학업능력과 인성, 재능 등 다양한 측면을 발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한 게 성공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게 동아리 활동이다. 양서고에는 사물놀이패 '소리 나래', 밴드그룹 '돈뺀' 등 40여개의 동아리가 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이를 소개해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권 교장은 "방과 후와 주말을 이용한 동아리 활동은 기숙사 학교라서 가능했다"며 "성적이 좋은 학생들일 수록 학업 외 다른 능력은 부족하기 쉬운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인교육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창의적인 동아리 및 주말 프로그램 운영 노하우를 인정받아 2월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창의경영학교'로 지정되기도 했다.
'인성' 또한 양서고가 중시하는 덕목이다.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10분이었던 조회ㆍ종례 시간을 20분으로 늘려 사제간 대면을 확대했다. 작년 2학기부터는 '전교사의 윤리교사화' 를 추진, 한 학기에 1시간 정도 교과구분 없이 전 교사가 인성지도, 생활지도에 나서고 있다. 한 교사는 "교우 관계나 사제 관계가 돈독해지면서 학교 폭력과 같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비교과 활동과 인성교육에 학업 효율을 최대화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접목되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냈다. 교사들이 직접 만든 강의물을 갖고 수업하는 '노트 없는 수업'으로 수업 집중도를 높였고, 대학 처럼 학생들이 교사들의 수업 내용을 평가하는 '체크리스크제'를 도입했다. 궁금한 부분을 질문하면 교사가 꼼꼼하게 답변하는 피드백은 정평 나 있다.
권 교장은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들을 시도하고 소통해야 한다"며 "교사와 학생이 모두 즐겁게 생활할 수 있으면 성과는 따라오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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