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정책'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MB정부. 그나마 콘텐츠산업 육성이 유일하다. 영상 게임 음악 방송에서의 창의적이고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세계 5대 문화산업강국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콘텐츠야말로 미래전략산업으로, 고용 없는 성장시대의 돌파구이자 글로벌시대 국가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했다. 그래서 2009년 5월 각 분야로 흩어져 있던 진흥기관들을 하나로 모아 거대하게 출범시킨 것이 한국콘텐츠진흥원이다. 인식도 시작도 틀리지는 않았다.
■ 돈도 아끼지 않았다. 한 해 예산만 2,000억원이 넘었다. 그것도 모자라 정부 11개 부처까지 나서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를 만들어 관련 예산을 늘려주고, 1,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펀드도 만들어 주었다. 그러면 뭘 하나. 막상 핵심기관인 진흥원이 참신한 아이디어와 비전, 합리적 지원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먼데. 뚜렷한 전략도 없이 잡화점처럼 이것저것 떠벌려 놓거나, 수출지상주의와 유행에 매달려 3D 영화로, 모바일 콘텐츠로, K-POP으로 우르르 몰려다니기나 하니.
■ 두 말할 필요 없이 '사람' 때문이었다. 보은, 측근, 낙하산 인사 모두 눈감아 준다 해도 적어도 문화적 마인드와 경험, 문화 현장을 아는 사람을 앉혀야 했다. 그러나 첫 원장부터 비전문가, 임기도 다 채우지 않는 정치인을 앉혔다. 잘 모르면 겸손하게 귀와 마음이라도 열었으면 좋으련만. 소통과 공감이 생명인 문화 콘텐츠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독단과 권위주의, 인사 잡음, 무리한 사업 추진,'측근'의 위세를 등에 업고 주무 부처와의 갈등만 보여 주었다.
■ 오죽하면 노조가 초대 기관장 3년을 "전문성과 철학이 없는 인사가 공공기관을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라고 단정했을까. 한 번이라도 진흥원 내부를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문화와 동떨어진 비전문가 낙하산 원장이다. 임기 말, 기껏해야 1년짜리로 중요한 자리도 아니니 청와대도, 문화부도, 당사자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인가. 이렇게 MB정부는 자신의 유일한 문화정책마저 스스로 망치는 짓을 하고 있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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