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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목기, 그 아름다움' 권옥연 소장품展/ 선입견 깨지다…조선 목가구의 세련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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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목기, 그 아름다움' 권옥연 소장품展/ 선입견 깨지다…조선 목가구의 세련미에

입력
2012.03.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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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중에 목기에 미친 사람이 둘 있었는데, 은사이자 대선배인 권옥연 선생님과 나였어요. 매일 아침부터 이대 앞, 청계천 7가, 장안평 일대를 돌다가 권 선생님과 마주친 적이 여러 번이죠. 난 단순하고 현대적인 목기를 좋아했지만 권 선생님은 희귀하고 귀족적이면서 또 한편 종교적인 것을 좋아하셨어요." 화가 김종학씨가 회고한 고 권옥연 화백과 목기에 얽힌 추억이다.

추사 김정희가 함흥에 가면 늘 들렀다는 명문가 권진사댁 5대 독자인 권 화백은 평생 조선 목가구를 수집했다. 어릴 적부터 보고 들으며 키워온 눈썰미로 책장, 반닫이, 서안 등을 모아 금곡에 있는 한옥에 보관했다. 훗날 이곳은 권 화백이 관장을 맡았던 금곡미술관이 된다.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권 화백의 빼어난 안목을 가늠케 해주는 조선의 목가구가 뽀얀 먼지를 털고 전시장으로 나왔다. 서울 가회동 북촌민예관(구 북촌미술관, 5월 10일까지)과 이도갤러리(4월 6일까지)에서 공동기획한 전시 '조선목기, 그 아름다움'이다. 북촌민예관 전시는 고인의 구장품이 대부분이고 이도갤러리에는 다른 소장가들의 조선 목기 등이 함께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단순하고 질박한 아름다움이 조선시대 목가구의 전부라는 생각이 선입견임을 보여준다. 밋밋한 표면에 빗살무늬로 음각한 책장과 나무결이나 무늬를 그대로 살린 문갑, 장식 효과를 내면서 무른 나무를 보완하기 위해 화려한 장석을 붙인 반닫이까지 화려하면서도 은근한 세련미가 감탄을 자아낸다. 가구 하나하나의 빼어난 비례감은 조선 목기의 아름다움을 배가한다.

먹감나무를 켜서 붙인 문갑과 책장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가운데 심이 까맣게 변한 오래된 감나무를 먹감나무라 하는데, 자연스럽게 새겨진 검은 줄무늬가 산수화를 이룬다. 제주에서만 자라는 붉은색 점박이 무늬 휘가사나무를 얇게 켜서 붙인 문갑 문도 별다른 장식 없이 멋스럽다. 반닫이 중 최고로 치는 강화 반닫이도 출품됐다. 소나무의 단단한 목재와 중앙에 호리병 장석이 자리잡고 있어 화려함을 더한다.

두루마리 편지를 끼워두던 고비에 새겨진 꽃무늬 조각과 화려한 장석이 붙은 3단 서랍식 서류함, 벼루와 연적 등 문방사우 소품을 보관하는 연상, 두루마리 불경을 읽기 위해 상판 양끝이 말려 올라간 경상, 문에 음각해 리듬감을 살린 책장 등도 오래 눈길을 붙든다. 북촌민예관에는 사대부들의 공간인 사랑방 가구만 모아 따로 공간으로 꾸몄는데, 이들 가구는 권 화백이 특히 아꼈다고 한다. (02)766-8402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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