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 웨인스테인. 미국 영화사 웨인스테인 컴퍼니의 공동회장이자 할리우드의 실력자다. 그는 올해 아카데미영화상 5관왕을 차지한 '아티스트'의 숨은 일등공신이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아티스트'를 미국에 소개했고, 타고난 마케팅 능력과 로비력을 동원해 '아티스트'를 오스카의 주연으로 빚어냈다.
그의 연금술은 오래 전부터 빛을 발했다. 1970년대 동생과 함께 설립한 미라맥스(훗날 디즈니에 인수됐다)는 할리우드 흥행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등 독립영화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흥행 물줄기를 바꿔놓았다.
웨인스테인 신화를 돌이켜 보다 보면 국내 투자배급사 NEW가 떠오른다. 2008년 인도영화 '블랙'을 선보이며 충무로에 모습을 드러낸 NEW는 최근 영화계의 새 강자다. 지난해 NEW가 배급한 한국 영화 9편 중 6편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성공률 66.7%.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한 푼이라도 돈을 번 영화의 비율이 24.6%(영화진흥위원회 추정)이니 참 경이로운 수치다. 대기업과 전혀 관련 없는 NEW는 지난해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들 틈바구니 속에서 관객 점유율(9%) 3위에 올랐다.
배급한 영화들의 면면을 보면 NEW의 승부사 기질도 남다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풍산개' '블라인드' 등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중급 이하 주류영화나 독립영화들을 맡아 흑자를 남겼다.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블록버스터에 온 신경을 쏟는 동안 작고 알찬 영화들을 발굴해 시장에 새 조류를 만든 것이다.
올해는 더욱 거침없다. 개봉한 한국영화 두 편 모두 흥행 고지에 올랐다. '부러진 화살'(11일 기준 341만명)을 깜짝 흥행시키더니 '러브 픽션'(147만명)도 단번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NEW는 고현정 주연의 코미디 '미쓰고'와 퓨전 사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올해 한국영화 10편을 더 개봉할 예정이다.
미라맥스가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든 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폭스 서치라이트나 파라마운트 빈티지, 소니픽처스 클래식 등을 설립하며 예술영화나 독립영화에 공을 들이게 됐다. NEW가 미라맥스와 비슷한 길을 갈 수 있을지 주목하는 충무로인이 적지 않다.
NEW의 투자배급작 중엔 김기덕 감독의 신작 '피에타'도 있다. 지난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상을 받은 '아리랑'에서 김 감독은 대기업 투자배급사의 횡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기업 지배 시장을 뚫고 있는 신생 투자배급사와 비주류의 길을 걸어온 영화계 이단아가 손을 잡은 것. NEW의 올해 행보가 더욱 흥미로운 이유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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