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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총기난사 사건, 아프간 출구전략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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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총기난사 사건, 아프간 출구전략 '발목'

입력
2012.03.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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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총기 난사로 최소 16명의 민간인이 숨진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 해병의 소변 동영상, 미군의 쿠란 소각 사태에 이어 터진 이번 사건으로 미군의 아프간 철군일정,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출구전략도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제국의 무덤’이라는 별명답게 아프간은 취임 초 아프간 문제를 외교과제 1순위에 올려 놓은 오바마 행정부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은 인화성 높은 이번 사건의 파장을 우려해 즉각 수습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깊은 유감과 함께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성명을 통해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희생자를 애도했다. 그러나 미국의 애완견 소리를 듣는 카르자이 대통령은 “용서받지 못할 짓”이라며 강경한 입장이다. 2014년 미군철수 이후 정치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그로서는 미국과 거리를 두는 행보가 필요할 수 있다.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은 우려대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의 협상 당사자들은 최근 사태로 탈레반 내에서 협상에 반대하는 강경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한 미국 관리는 “이번 사건이 탈레반에게는 입지를 강화시켜 줄 선물”이라며 협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았다. 2005년 민간인 26명이 미 해병에 희생된 이라크 하디타 학살 사건의 후유증이 아프간에서 재연될 가능성도 크다. 당시 미군은 수개월간 이라크에서 최악의 희생을 치러야 했다. 앞서 쿠란 소각 사건에 따른 유혈시위가 아프간 전역으로 퍼져 미군 6명과 아프간인 40여명이 숨졌다.

미국에선 조기 철군 여론이 높아진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이번 사건 이전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0%는 아프간 전쟁의 가치를 부인했으며, 54%는 2014년 철군 계획을 앞당겨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탈레반의 패퇴 이전 미군 철수에 반대한다.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출구전략을 비난했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번 사건이 아프간 철군의 빌미가 되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떤 선택을 하든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앞서 칸다하르주 주둔 미군 하사 1명이 새벽 3시 민가를 급습, 총기를 난사해 16명이 숨졌다. 자수한 범인은 수 차례 파병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앓은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이(9명)와 여자(3명)가 주로 희생된데다 범인이 시신 11구를 모아 놓고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져 유족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다. 술 취한 미군들이 총기를 난사했다는 등 단독 범행이 아니라는 증언도 나온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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