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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예측, 이제 우리 기술로/ <상> 예보기술 자립한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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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예측, 이제 우리 기술로/ <상> 예보기술 자립한 공군

입력
2012.03.1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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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이변이 잦아지면서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잘못된 기상예측은 우리의 일상뿐 아니라 지역 경제, 나아가 국가 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 외국 기술에 의존하던 기상예측 분야에 최근 국산화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연구재단과 공동기획으로, 주목 받는 국산 기상예측 기술을 발굴해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공군이 기상예측을 위해 2일부터 새로 도입한 국산 '전 지구 지역통합모델시스템(GRIMs)'은 말 그대로 전 세계의 기상변화를 한꺼번에 내다보는 기술이다. 넓은 지역의 기상 예측에는 적합하지만 좁은 면적의 날씨에 대해선 정확도가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구나 동 단위의 날씨까지 상세히 내다볼 수 있는 기상예측모델(WDM6)이다. 공군이 앞서 지난해 2월 도입한 이 모델 역시 국산기술이다.

기상청 모델보다 정확도 6.9% 높아

홍성유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WDM6은 수많은 방정식으로 이뤄진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특정 지역의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를 방정식에 대입해 계산한 결과로 기상변화를 추측한다. 가령 서울시내 한 구에서 지난 몇 개월 동안 관측한 구름의 양, 습도 변화 등 기상정보를 슈퍼컴퓨터에 넣으면 비가 언제 얼마나 올지 예상할 수 있다.

WDM6은 현재 기상청에서 쓰는 모델(WSM6)보다 예보 정확도가 6.9% 더 높다. WSM6 역시 홍 교수팀이 WDM6 개발 전에 만든 모델이다. 홍 교수팀은 2008년 7~9월 국내에서 있었던 976건의 강수 사례와 두 모델이 예측한 데이터를 비교해봤다. 그 결과 예보 정확도 차이를 가져온 요소는 크게 3가지로 나타났다.

먼저 구름씨앗(CCN) 수의 적용이다. 구름씨앗은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나온 검댕, 먼지 등을 말한다. 공기 중의 물방울을 서로 달라붙게 해 구름방울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구름씨앗의 수는 구름방울 크기에 영향을 미친다. 구름씨앗이 너무 많으면 지름이 수 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미세한 구름방울이 주로 생긴다. 이런 미세한 구름방울은 비가 되지 않고 대기 중에 머물다 수증기로 증발해버린다. 구름씨앗이 적당히 있어야 빗방울로 뭉쳐 떨어질 수 있는 수㎛ 이상의 큰 구름방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홍 교수팀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기 중에 있는 구름씨앗의 수를 계산하는 방정식을 개발했다. 그 결과 공기 1㎥당 구름씨앗이 100~8,000개 있을 때 비가 내릴 만큼의 빗방울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값을 처음 적용한 지역 기상예측모델이 바로 WDM6이다. 홍 교수는 "이전 모델인 WSM6은 구름씨앗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보가 빗나갈 가능성이 좀 더 높았다"고 말했다.

구름방울ㆍ빗방울 수도 계산

구름방울과 빗방울의 수도 WDM6에 새롭게 추가된 요소다. 빗방울의 지름은 수㎜ 정도. 단위 면적당 구름방울이 많을수록 잘 뭉쳐서 빗방울이 된다. 그만큼 비가 내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WSM6은 일괄적으로 빗방울이 공기 1㎥당 2,000개, 구름방울이 ㎤당 300개가 있다고 가정한 채 예측을 했다. 정확한 개수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홍 교수팀은 구름씨앗을 측정한 값을 토대로 구름씨앗 수에 따라 구름방울과 빗방울 수도 변하도록 WDM6을 설계했다. 그 결과 공기 1㎤당 구름방울은 20~2만개, 빗방울은 1㎥당 2,000~2만개로 계산됐다. 모델에 들어가는 기상정보가 좀 더 현실과 가까워졌다는 얘기다.

이 덕에 WDM6은 WSM6보다 기상변화를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7월 26일 서울경기 지역에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을 때 WSM6은 경기 북부와 황해도 지역에 비가 올 걸로 예측한 반면, WDM6은 실제 관측상황과 유사한 전망을 내놓았다. 기상청도 WSM6을 WDM6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는 2100년이면 세계에서 폭염 현상이 현재의 10배, 폭우는 4배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만큼 기상변화로 인한 피해도 커질 거라는 전망이다. 때문에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나라마다 기상예측모델의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홍 교수는 "우리가 만든 최신 기상예측모델인 GRIMs나 WDM6을 가져다 연구 논문을 발표하는 해외 과학자들도 있다"며 "국산 기상예측 기술은 이제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수준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r@hk.co.kr

■ 빗방울의 모양은? 위아래 납작한 찌그러진 구형

복잡한 방정식이 얽힌 기상예측모델도 밑바탕은 기본적인 대기과학이다. 예보에는 관심이 많아도 정작 날씨를 좌우하는 요소들에 대해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홍성유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와 대기과학 상식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Q. 빗방울은 어떤 모양으로 내릴까.

A. 흔히 동그란 물방울 모양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빗방울은 위아래가 납작한, 찌그러진 구형이다. 중력과 대기 마찰력을 위아래서 받기 때문이다.

Q. 습한 공기와 건조한 공기 중 어느 쪽이 가벼울까.

A. 건조한 공기라는 대답이 많을 듯하다. 물은 왠지 무겁다는 느낌을 주는 탓이다. 그러나 실은 습한 공기가 더 가볍다. 공기는 질소 78%, 산소 21%와 다른 기체들로 이뤄져 있다. 수분 함량이 높아질수록 질소 양은 줄어든다. 그런데 물(H₂O)과 질소(N₂)의 분자량은 각각 18과 28다. 질소보다 물이 가볍단 얘기다. 때문에 수분을 머금은 공기는 점점 상승해 구름을 만들고 비를 뿌리게 된다.

Q. 공기는 얼마나 무겁고 얼마나 빨리 움직일까.

A. 생각보다 무겁다. 공기 1㎥당 1㎏이다. 여기에 뉴턴이 만든 가속도의 법칙(F=ma)을 적용하면 바람의 속도 변화를 알 수 있다. 이 법칙에서 힘(F)은 질량(m)과 가속도(a)에 비례한다. 두 지점 사이의 기압 차이로 생기는 힘(기압 경도력)을 공기의 무게로 나누면 공기의 가속도를 구할 수 있다.

변태섭기자 liber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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