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란 말이 있습니다. 복잡한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적이 됐다가 친구가 되기도 한다는 말인데,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가 상대적으로 심한 수도권 분양 현장을 가보면 건설업체들의 달라진 '분양 인심'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시간을 조금 돌려 부동산 경기가 좋던 2000년대 초ㆍ중반 시절로 가보겠습니다. 분양을 알리는 모델하우스가 세워지면 인근 지역에서 분양 중이거나 분양 예정인 경쟁회사들은 해당 회사에 대한 비하를 비롯해 분양 상품을 헐뜯는 유언비어 등 온갖 험담들을 쏟아냈습니다. 또 이런 노골적인 공격에 대해 원색적인 비방으로 맞받아치기가 일쑤였습니다. 정해진 (분양)기간과 (청약)수요를 놓고 건설업체들이 서로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적'과의 일전이 불가피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현재로 돌아오면 이런 상황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오히려 분양에 나선 상대 회사를 격려해주고, 또 청약결과가 좋게 나오길 진심으로 바라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주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문을 연 한 대형 건설사의 모델하우스에는 청약에 관심을 둔 내방객들 외에도 같은 지역에서 분양을 앞둔 업계 관계자들이 발길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렇게 다녀간 사람들은 하나 같이 "경쟁사긴 하지만 (청약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습니다.
경쟁업체인데도 잘 되길 바라는 이유는 바로 '이젠 청약을 할 때다' '수도권은 더 이상 미분양의 늪이 아니다'라는 것을 시장에 알리고 잠재 청약자들을 움직이게 만들 신호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앞선 회사의 청약 성적이 죽을 쑬 경우 후속 분양 현장들은 직격탄을 맞게 되겠지만, 반대로 좋을 경우에는 입증된 청약결과를 바탕으로 후광효과도 기대해볼 수가 있어서지요.
업체간 대결구도가 공생 모드로 바뀐 모습. 바로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진리가 분양 시장에서도 통하는 대목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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