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광화문을 찾았다. 지하철에 오르니 어른들은 아직 한겨울 외투바람이었고, 애들이라 부름직한 젊은이들 가운데는 앞코가 훤한 늦봄용 구두를 신은 이도 있었다. 비비기 전의 비빔밥처럼 각기 다른 옷차림이 유지되고 구별되는 가운데 학기 초라 학생들의 주저앉아 책 읽는 풍경이 꽤나 눈에 띄었다.
그 틈을 진공청소기처럼 비집고 다니면서 책 동향을 살피던 나는, 일순 내가 좇는 것이 책이 아니라 학생들의 가방이었음을 알았다. 같은 컬러에 같은 디자인에 같은 사이즈 하나 찾아보기 힘들 만큼 죄다 개성 만점으로 남달랐던 것이다.
필시 이렇게 자란 청년들일텐데… 서점에서 나와 청계천 쪽을 향해 걷다 보니 같은 머리에 같은 군화에 같은 야광조끼를 입은 의경들이 그 시간 소규모로 치러지던 집회 현장 주변을 가득 에워싸고 있었다.
"여기로 못 지나가요? 혹시 이 가게 알려나?" 한 의경에게 밥집 이름을 대는 나, 뭐 이런 여자가 다 있나 싶은 표정의 그는 스물 두엇 정도로 한창 멋에 살고 멋에 죽을 청년임이 분명했던 터, 그 순간 또각또각 이건 달리는 것도 아니고 걷는 것도 아니야, 할 리듬의 말발굽 소리가 대체 웬 말이라니. 엘리자베스 여왕의 나라도 아니면서 청계천 투어랍시고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말 마차가 대관절 웬 말이냔 말이지. 의경이든 말이든 이러니 토요일 밤 서울 하면 정나미 안 떨어지고 배기겠냐고!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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