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임종석 사무총장이 공천 갈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9일 사무총장직과총선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이에 따라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총체적 난국에 빠진 민주당이 임 총장의 사퇴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천의 최종 책임자인 한명숙 대표의 리더십도 큰 상처를 입게 됐다. 한 대표는 이날 임 총장 사의를 반려했다. 하지만 임 총장이 한 대표의 만류로 사퇴 의사를 거둘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임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야권연대 성사 이후에 부담을 책임지고 싶었지만 세상 일이 늘 마음 같지 않았다"며 "사무총장으로서, 서울 성동구(성동을)의 총선후보로서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고 사퇴를 선언했다.
임 총장은 이미 야권연대 성사 이후에 퇴진하겠다는 뜻을 지도부에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혁신과통합 측이 전날 사퇴를 강하게 압박해 오자 앞당겨 결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총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재판 중이란 점 때문에 지난 1월 사무총장 임명 당시부터 당 안팎에서 비판의 표적이 됐다. 이어 총선 공천까지 확정되자 논란은 증폭됐다. 수도권과 호남 지역 공천 탈락자들은 임 총장 등을 걸어 '486과 친노 그룹의 공천'이라며 반발했다. 다른 악재까지 겹쳐지며 급기야 당 지지율이 하락했고, 총선 전선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임 총장 사퇴를 계기로 당내 일부에선 한 대표의 비례대표 불출마를 요구하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 대표 측근은 "임 총장이 사퇴한 마당에 한 대표 불출마까지 요구하는 것은 이중으로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내에선 임 총장 사퇴를 계기로 공천 갈등을 매듭짓고 국면 전환을 꾀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서둘러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켜 전열을 재정비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 총장의 사퇴가 곧 분위기 반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각 계파의 이해관계가 공천을 두고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노총은 대부업체 주식을 포함해 33억원의 과다 재산을 보유한 유희태 전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의 전북 전주 완산갑 공천을 주장해 갈등을 빚고 있다.
임 총장 사퇴를 계기로 비리 전력 논란이 있는 일부 후보들의 거취도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 비리 전력 논란이 있는 공천자는 이화영 이윤석 이부영 신계륜 후보 등이다. 임 총장의 사퇴를 지켜본 이들은 "나는 다른 케이스"라고 해명하거나 "결백하다"고 항변하면서 공천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 문제의 원칙을 재정비하고 국민의 시각에서 비장한 각오로 공천을 마무리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면서 공천 쇄신을 촉구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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