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 과정에서 불거진 양가의 갈등이 수년 간의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양측이 제기한 민ㆍ형사 소송만 모두 6건이다.
9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국제변호사인 A(38)씨는 지난 2008년 여름 직장인 B(35)씨를 만났다. 연애기간 1년이 안 돼 양가 가족 상견례를 가졌고, 2009년 약혼식을 치렀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B씨 측은 A씨 가족에게 예단비로 1,000만원을, 예물로 300만원 상당의 손가방을 건넸다. 하지만 둘은 2010년 파혼했다. A씨 부모가 결혼 준비 과정에 사사건건 개입하다가 가족 간 다툼으로 번진 것이다. B씨가 결혼예정자의 신용카드로 고액의 명품을 구입한 것도 파혼 이유 중 하나였다.
파혼으로 인한 갈등의 골은 깊었다. A씨 부모는 "결혼을 전제로 다이아몬드 반지와 목걸이 등 4,000만원이 넘는 예물을 줬고 예비 며느리가 7,000만원이 넘는 명품을 신용카드로 계산해 손해를 입혔다"며 서울가정법원과 서울서부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파혼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자 B씨 부모도 "남자 쪽도 정신적 피해 배상을 해야 하고 혼수품과 신혼집 인테리어비로 들어간 2,000만원을 돌려달라"며 각각 맞소송을 냈다. 양 측은 파혼 과정에서 서로 욕설과 폭언을 하며 다툰 것을 이유로 상대 측을 형사 고소하기도 했다.
감정 싸움은 소모전으로 흐르는 형국이다. 서울가정법원은 "부모의 과도한 개입을 제지하지 못한 A씨와 과다한 명품 구입으로 양가의 불화를 초래한 B씨의 책임 정도가 대등하다"며 양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쌍방 모두 항소했다. 서울서부지법은 B씨 측 손을 들어 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여전히 항소심이 열리고 있다. 형사 고소 건에서도 A씨 어머니가 벌금형으로 기소됐지만 당사자 불복으로 정식재판이 진행 중이고, B씨 어머니는 무혐의를 받았지만 A씨 측 항고로 고검에서 재수사가 진행 중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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