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적 일본은 피했지만 가장 껄끄러운 상대인 이란과 또다시 만났다.
'최강희호'가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이란,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레바논과 함께 A조에 편성됐다. 톱 시드인 한국은 9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아시아축구연맹(AFC) 본부에서 열린 최종예선 조 추첨에서 2번 시드의 이란과 한 조로 묶였다. 2번 시드의 일본은 B조에 포함됐다. 이로써 한국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으로 이란과 같은 조에서 월드컵 본선 티켓을 다투게 됐다. 이라크와 요르단 대신 상승세인 우즈베키스탄과 카타르를 만나 최상의 조 편성이라고는 볼 수 없게 됐다.
한국과 이란은 기구한 운명이다.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격돌했을 뿐 아니라 아시안컵 8강에서도 5회 연속으로 만났다. 상대전적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A매치에서 9승7무9패의 호각세. 한국이 호주(6승9무7패)를 제외하고 최종예선을 통과한 9개국 중 상대전적에서 가장 재미를 보지 못했던 팀이 이란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두 차례 모두 1-1로 비겼다. 지난해 1월 아시안컵 8강에서는 윤빛가람(성남)의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최근 5경기 맞대결에서 1승3무1패를 기록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이끄는 이란이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한국은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을 1위로 통과했지만 이란은 4위에 그쳐 중동의 축구강국 이미지가 실추됐다. 당시 이란은 한국뿐 아니라 북한, 사우디아라비아에까지 밀리며 체면을 구겼다. 특히 이란의 테헤란 원정 경기는 '지옥'이라고 불린다. 테헤란은 해발 1,273m의 고지대여서 적응하기도 힘들다. 한국은 역대 이란 원정 경기에서 2무2패를 기록, 단 한 차례도 승전고를 울리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도 "이란은 장거리 비행과 무더운 날씨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을 제외하고 모두 중동 국가와 묶여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예선 1, 2차전의 승패가 브라질월드컵으로 가는 여정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은 6월8일 카타르 원정 경기를 치르고 나흘 뒤인 12일에 레바논과 홈 경기를 치른다.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유치로 분위기가 고조된 데다 집중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어 쉽지 않은 상대. 장거리 비행과 시차 적응으로 지친 상태에서 레바논과 경기를 치러야 한다. 레바논은 3차 예선에서 1-2 충격패를 안기기도 했다.
만약 1, 2차전에서 충분한 승점을 쌓지 못한다면 산 넘어 산을 넘어야 한다. 9월11일 우즈베키스탄, 10월16일 이란 원정은 최대 승부처다. 따라서 4차전까지 결과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3차 예선에서 5승1무로 가장 압도적인 성적을 낸 우즈베키스탄을 경계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은 일본과 두 차례 맞대결에서 1승1무를 거둬 조 1위를 차지했다. 박항서 상주상무 감독은 "조 편성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중동 원정이야 어차피 정면 돌파해야 한다. 잘 준비한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B조는 호주와 일본을 비롯해 이라크 요르단 오만으로 묶였다.
한편 다섯 팀씩 두 개조로 나뉘어 치르는 최종예선은 6월3일 시작해 각 조 1, 2위가 브라질 직행 티켓을 얻는다. 각 조 3위 팀 중에는 플레이오프(PO) 승자가 남미예선 5위팀과 대륙별 PO를 다시 치러 마지막 한 장 남은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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