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장들만 물러나면 방송사 파업도 사라질까. 후임 사장 역시 정부의 입맛에 맞거나 정부 눈치나 보는 사람이 올 게 뻔하고, 늘 그래왔듯이 노조는 '낙하산 인사'라며 또 반발할 것이다. 그렇다고 무능과 결점은 인정하지 않은 채 고소ㆍ고발을 남발하고 기자와 PD를 계약직으로 모두 채워 파업을 못 하게 하겠다는 MBC 김재철 사장의 발상은 더 어이가 없다.
걸핏하면 공영성을 앞세워 방송을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확대에 이용하려는 노조의 태도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 언제는 낙하산 인사가 아니었나. 자기들 입맛에 맞으면 침묵하고,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방송 장악의 하수인으로 몰아 내쫓는 게 공영성 회복은 결코 아니다. 더구나 임기 말,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약속이라도 한 듯 방송사 노조들이 일제히 인사 문제를 들고 나와 파업을 강행하는 것도 순수해 보이지만은 않다.
근본적인 제도 변화 없이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끝없이 반복되는 편파시비, 낙하산 인사 논란을 막으려면 공영방송의 지배와 운영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대통령이 사장은 물론 이사들까지 마음대로 임명하는 한 낙하산 인사와 정부의 KBS 장악이라는 비판은 사라지지 않을 게 뻔하다. MBC도 형식적으로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선임하지만 결국은 여당이 다수인 이사 임명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 나아가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영방송의 재배구조를 바꾸자는 목소리는 그 동안 계속 있어 왔다. 지난달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 제안하고 비대위가 전폭 지지한 방송법,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핵심은 낙하산 인사를 막자는 것이었다. 문제는 국회의원들의 소극적인 태도이다. 지금의 프리미엄을 누릴 욕심인 여당은 물론 야당도 언젠가는 프리미엄을 챙기려는 속셈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방송사 내부집단의 분열과 갈등까지 조장하고 있다. 진정으로 공영방송의 고질적 파행을 걱정한다면, 국회부터 정파적 입장에 매달리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하루가 멀게 반복되는 방송사 파업이 시청자들은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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