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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독서 중] 소설가 오현종 '인 콜드 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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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독서 중] 소설가 오현종 '인 콜드 블러드'

입력
2012.03.0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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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 책은?

"미국 작가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in cold blood)> ."

-왜 이 책을?

"몇 해 전, 카포티가 1959년 캔자스 주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토대로 쓴 <인 콜드 블러드> 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 '카포티'(2005)를 보았다. 이전까지 카포티라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 논픽션 소설의 장을 연 작가 정도로 알고 있다가, 흥미가 생겨 이 책을 읽었다. 최근에 범죄를 소재로 한 소설을 마무리 하면서 이 책을 다시 들춰보고 있으니 두 번째 읽는 셈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형식적으로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의 경계를 허물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이분법적 경계를 허문다. 영화 '카포티'가 살인범들이 냉혈한인지, 아니면 그들을 통해 역작을 완성하려는 작가적 야심을 가진 카포티가 냉혈한인지 질문을 던진다면, <인 콜드 블러드> 는 살인마들을 교수형에 처하는 사람들 또한 냉혈한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가장 비인간적인 사건을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적'이란 무엇인지 말하는 책이랄까. 극도로 감정을 배제한 저널리즘의 문체를 통해 뛰어난 문학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도 매력적이다."

-인상적인 대목은?

"4년 뒤,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이 살해된 소녀의 친구를 만나 듣는 말이다. '낸시와 나는 대학에 같이 다닐 계획이었어요. 방도 같이 쓰고. 가끔 그 생각을 해요. 갑자기, 내가 너무 행복할 때, 우리가 세웠던 계획들이 모두 생각나요.' 이 짧은 대화는 잔혹한 살인사건이 당연히 거기 '있었어야 할' 네 명의 삶을 빼앗아 갔다는 진실을 알려준다. 그러나 삶을 잃은 것은 피해자들만이 아니라는 비극이 책 속에 숨겨져 있다."

-추천한다면?

"하드보일드한 범죄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감상도 연민도 싹 발라버린 건조한 기록을 완독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신파와 위안을 원하는 경우라면 표지만 봐도 거부감이 들지 않을까? 논픽션 소설, 혹은 르포르타주를 즐기는 사람도 하나의 범죄사건을 통해 인간의 내면, 공동체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데 동참할 수 있을 법하다."

<인 콜드 블러드> 는 트루먼 카포티(1924~1984)의 대표작. 저널리즘 이론과 소설 작법을 동시에 적용한 최초의 논픽션 소설로 20세기 세계 소설의 지형을 바꿨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1959년 캔자스 주 조용하고 작은 동네 홀컴에서 일가족 네 명이 엽총으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카포티는 <앵무새 죽이기> 의 저자 하퍼리와 함께 그 마을을 방문한다. 체류 중 두 명의 범인이 체포되고 작가는 이후 6년 동안 인터뷰를 통해 두 살인자의 삶과 작은 마을을 둘러싼 정보를 수천 매의 노트에 담아 소설로 재구성한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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