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 악재의 진원지였던 그리스가 모처럼 주요국 증시 전광판을 붉은색(상승)으로 물들였다. 1,070억유로(158조원) 상당의 그리스 국가채무 탕감을 위한 국채교환 협상이 성공리에 진행되면서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9일 AP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재무부가 전날 밤 10시까지 국채교환 참여 신청을 받은 결과, 민간 채권단의 85.8%가 새로운 조건으로 채권을 교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리스 국내법에 따라 발행된 국채 1,770억유로 중 1,550억유로를 보유한 채권단이 교환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외국법에 따라 발행된 국채 200억유로 중 120억유로, 국영기업 보유분 70억유로도 교환 대상에 포함됐다.
참여율이 그리스 정부가 기준으로 잡았던 75%를 훌쩍 넘어서면서 불참 의사를 표시한 채권단을 강제로 참여토록 하는 집단행동 조항(채권단 3분의 2가 참여하면 발효 가능)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결국 그리스법 발행 국채 1,770억유로와 외국법 발행 국채 200억유로가 모두 교환되면 전체 교환대상 2,060억유로의 95.63%가 탕감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이에 발맞춰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재무장관들은 9일(현지시간) 1,30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중 355억유로의 집행을 우선 승인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이날 오후 유로그룹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마친 뒤 "그리스법에 따라 발행된 국채의 결제와 이자지급을 위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채권 제공 형태로 유로존이 국채교환에 제공키로 한 기여가 계획대로 집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국채교환 협상이 성공했다는 소식에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올라 서울 0.9%, 홍콩 1.0%, 상하이 0.8% 등의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도쿄 닛케이지수는 1.7% 오른 9,929.74포인트에 마감, 작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만 포인트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유로화 가치도 올랐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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