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출신 전업투자자 A씨는 1월 3일 오전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되는 EG가 상한가(7만7,000원)를 기록하자 작전에 돌입했다. 상한가 매도주문 1만5,867주가 나오자 매도잔량의 2.5배에 달하는 4만주(30억8,000만원)를 주문해 상한가 굳히기에 들어간 것. 체결되지 않은 2만4,133주는 상한가 매수주문으로 그대로 남아 매수우위를 이끌었다. 4만주가 모두 매입되자 A씨는 이후 7차례에 걸쳐 4만4,500주의 상한가 매수주문을 추가로 냈다. 호가상황이 강한 ‘사자’ 움직임을 보이자 투자자들은 A씨를 따라 추종매수에 나섰고, 매수 잔량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1월 4일 이 회사 주가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추가 매수에 나서면서 EG의 시가는 3.9% 상승한 8만원에 형성됐다. 그러자 A씨는 전날 매수한 주식 4만주를 모두 팔아 치워 하루 만에 1억2,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이후 EG는 3거래일 동안 23%나 급락해 추종 매수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A씨는 작년 8월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EG, 안철수연구소 등 30여개 테마주를 대상으로 총 401차례의 상한가 굳히기 주문을 통해 54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또 다른 전업투자자 B씨와 친구 C씨는 ‘문재인 테마주’ 바른손, S&T모터스 등 8개 테마주 종목에서 역시 상한가 굳히기 수법으로 11억3,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9일 임시회의를 열고 31개 테마주를 이용해 시세조정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혐의로 A씨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4명은 명단을 통보하기로 했다.
조사 결과 근거 없는 정치인 풍문을 유포해 부당이득을 취한 사례도 적발됐다. D씨는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된 솔고바이오 주식 8만여주를 미리 사두고 이 회사 사외이사가 안 교수와 친밀한 관계라는 근거 없는 내용을 4차례나 인터넷에 올렸다. 그는 소문의 신뢰성을 높이려 4명의 타인 개인정보를 도용해 9개의 필명으로 글을 올리는 치밀함도 보였다. 투자자들이 몰리자 보유주식을 팔아 7,1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금융감독원은 이들 외에도 정치인 테마주의 시세를 조정한 세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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