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이다. '아이(i)'란 성을 갖고 나온 애플 제품들은 하나같이 이용자들에게 '나'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했다. 대중들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 열광한 것도 이 때문. 물론 모두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작품들이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르바 부에나 예술센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태블릿PC 아이패드 신제품이 공개되는 자리. 잡스 사망 이후 첫 작품, 그러니까 애플의 새 선장인 팀 쿡 CEO의 데뷔 작품이란 점에서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팀 쿡은 새 아이패드를 '아이패드3' 아닌 '더 뉴 아이패드'라고 명명했다. 기존 아이패드2의 후속모델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이 아이패드라는 뜻. 잡스와의 차별화를 꾀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확실히 성능은 개선됐다. 무엇보다 애플제품 최초로 4세대(4G)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가 지원된다는 것. 그 만큼 데이터 처리속도는 빨라졌다. 태블릿PC의 두뇌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가 4개(쿼드코어)나 탑재돼, 선명한 그래픽까지 제공한다는 점도 강점이다. 또 스마트폰 아이폰4와 아이폰4S 등에 채용됐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장착, 눈의 피로도 또한 줄였다. 필 실러 애플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뉴 아이패드는 집에 있는 고화질(HD) TV 보다 100만 이상 많은 픽셀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이 제품에 대한 시장반응은 별로 열광적이지 않다. 뉴 아이패드라 하기엔 '새로움'이 부족하다는 것. CNN도 "실망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시장 판도를 바꿀만한 제품도 아니다"고 평했다.
무엇보다 애플 제품의 핵심코드인 '혁신'과 '창의'가 엿보이지 않는다는 것. 잡스가 없는 허전함이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우선 외관으로 볼 때도 날렵함이 사라졌다. 아이패드2에 비해 무게는 50g 무거워졌고, 두께도 0.6㎜ 가량 두꺼워졌다. 똑똑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신 육중해진 것이다. 아이패드2가 직전 제품보다 성능은 앞서면서도 약 80g 가벼워지고 슬림해진 것과 확연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프트웨어 성능향상을 위해 하드웨어 개선을 포기한 것인데 이동성이 생명인 태블릿PC에겐 큰 약점"이라며 "외관(디자인)에 집착했던 잡스였다면 과연 이렇게 했을까 싶다"고 말했다.
IT전문 그린위치 컨설팅의 프레드 휴잇 이사는 "뉴 아이패드가 향상된 분명히 향상된 부분은 있지만 애플이 경쟁사들을 앞서 나가기 위해 좀 더 개선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화려한 프리젠테이션으로 청중들을 휘어잡았던 잡스와는 달리, 팀 쿡은 뉴 아이패드 시연을 에디 큐 소프트웨어ㆍ서비스 부문 대표에게 맡겼다. 이 역시 대중들의 잡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했다는 평가였다.
애플은 이 제품을 16일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홍콩 등에서 1차 발매하고 23일부터는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26개국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내달쯤 출시될 전망이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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