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가 생명이고 평화다. 즉각 공사 중단하라."
"힘 없는 평화는 있을 수 없다. 해군기지 건설을 방해하지 말라."
8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 해군기지 사업단 측의 구럼비 해안 발파 작업이 이틀째 계속된 이날 현장의 사람들은 둘로 나뉘었다. 기지 건설 반대파와 찬성파가 강정교 양편에서 제각기 목소리를 높였다.
해군기지 시공사는 이날 낮 12시26분부터 10여분 간격으로 강정항 동쪽 100m 지점의 육상 케이슨(방파제 본체용 콘크리트 구조물) 제작 예정지 4곳에서 연속으로 화약을 터트렸다. 강정마을회와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발파를 규탄하는 집회를 이틀째 계속했다.
마을 주민과 기지 반대단체 회원 등 100여명은 이날 오전 5시30분쯤 비상 사이렌이 울리자 공사 차량 진입로가 있는 강정교 주변으로 모였다. 전날에도 주민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던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민주통합당 정동영, 김재윤 의원은 다시 시위 현장을 찾았다. 통합진보당 권영길 의원도 새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한때 이들이 해군 제주기지사업단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사업단 정문 앞 경찰 저지선 돌파를 시도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단 내로 들어간 영국 출신 평화ㆍ환경운동가 앤지 셀터씨와 사업단 정문 일부를 파손한 임모씨가 경찰에 연행됐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허가서에는 화약 운반 경로가 육로로 돼 있지만 마을회에 의해 육로가 막히자 사업단 측이 화약을 해상으로 들여오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사업단 측은 이날 오전 7시쯤 발파용 화약을 서귀포시 안덕면 화약보관업체에서 해상을 통해 기지 부지 내 해안으로 운반했다.
반면 재향군인회 해병전우회 한국시민단체협의회 애국시민단체총연합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후 1시쯤 강정천 체육공원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촉구 전국대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제주도내 참가자 400여명과 외지에서 온 300여명 등 700여명(경찰 추산)이 참가했다. 30여년 간 마라도에서 목회 활동을 하다 지난해 제주도기독교교단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된 방다락 목사는 "마라도 로켓 기지를 무산시켰던 건 좌파와 연결된 외지인이었다"며 "힘이 있어야 평화가 보장된다"고 말했다. 강시상 강정해군기지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가면 이제까지 투자된 1,600억원이 날아가는 셈"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맞불 집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황기철 해군참모차장은 이날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2009년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분들과 공동 생태조사를 하고 환경평가를 한 결과 구럼비 해안은 환경 보존 가치가 없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계획된 공사가 2015년까지 완공될 수 있도록 중단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귀포=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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