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뾰족한 지붕 끝에 십자가 첨탑이 달린 거대한 건축물이다. 하지만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세상의 지탄을 받게 되면서, 외형이 아닌 신앙 공동체에 무게를 두고 건물 없이 운영되는 교회가 조금씩 늘고 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봄여성병원 강당을 빌려 쓰고 있는 너머서교회도 그중 하나다. 2008년 3월 중산초등학교 강당에서 출발한 너머서교회는 지난 4일 봄여성병원 강당으로 옮겨 예배를 하고 있다. 그동안 초등학교 강당을 빌리는 비용은 월 25만원에 불과했다. 덕분에 개척 교회 시절부터 재정 부담 없이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교회 업무는 일산동구 장항동에 82㎡ 규모 작은 사무실을 빌려 보고 있다. 이마저도 행전교회와 무지개교회, 예수이야기교회 등 건물 없는 세 교회가 함께 쓴다.
7일 장항동 교회 사무실에서 만난 안해용(44) 너머서교회 담임목사는 건물 없는 교회를 고집하는 이유를 "성경에 충실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안 목사는 "건물 없는 교회는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의 참모습인 동시에 건강한 교회로 가는 첫 단추다. 성경은 단 한번도 교회를 장소나 건물로 묘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배당 안에 갇혀 세상과 담 쌓고 살기보다 세상과 소통하는 게 교회의 본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 목사는 "오늘날 교회가 더 크고 화려한 건물을 짓는 데 열성을 쏟는 것은 그래야만 신앙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라며, "교회가 허상이 아닌 본질에 충실해야 빛과 소금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큰 건물을 짓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온전히 나눔과 섬김에 쓴다면 교회를 바라보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도 달라질 것입니다."
안 목사도 출석 교인이 2,000명을 넘는 분당의 중대형 교회에 부목사로 몸 담은 적이 있다. 그때 성장 중심의 대형교회에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교회의 권력이 담임목사에게 집중되는 것도 성경에 위배된다고 생각했다. "작지만 큰 교회, 가난하지만 부자인 교회, 함께하는 교회"가 그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교회다.
예사롭지 않은 교회 이름에도 안 목사의 철학이 담겨 있다. "기존 교회에서는 자의적인 기준을 가지고 남성과 여성, 어른과 아이 등으로 사람을 구분합니다. 이런 벽을 '넘어서' 서로 소통하고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교회 이름을 그렇게 지었지요."
실제로 너머서교회는 '넘어서기'의 일환으로 목회와 교회 운영을 분리하는 혁신을 단행했다. 행정은 전적으로 운영위원회가 맡고, 목회자는 운영에 관여하지 못하게 했다. 운영위원회 6명 중 2명은 여성에게 할당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사회문제로 불거진 종교인 납세 문제도 자연스레 풀렸다. 2008년 교회가 문을 열면서부터 자진해 세금을 내고 있다는 안 목사는 "납세는 국민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못박았다.
이 교회에서는 아이들도 교회의 주체로 인정하고 저마다 직분을 맡긴다. 세 살 이상에게는 봉헌위원을, 일곱 살 이상에게는 주보 접기, 예배 안내 등 봉사업무를 맡긴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어린이 집사'직을 주어 예배 때 기도를 담당하게 한다. 교회 안에서만큼은 구별과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교회의 방침 때문이다.
'달걀로 바위치기'격일 것일지도 모를 안 목사의 실험이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성경 욥기 구절처럼 한국 교회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글ㆍ사진=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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