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정리되기는커녕 연일 증폭돼가는 실정이다. 진보좌파 성향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대거 현장에 몰려가 격한 반대운동을 벌이고, 야당 지도부도 총출동하다시피 현장에 집결, 이들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이 판국에 도지사가 뒤늦게 공사정지명령을 내리겠다며 기름을 부었고, 여당의 도당까지 재검증을 요구하고 나섰다. 물론 2015년까지 당초 계획대로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정부와 군의 단호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이 공사가 전 정부에서 입안됐느니, 야당 지도부가 입장을 뒤집었느니, 또는 적법한 법 절차를 밟았다는 등 수도 없이 반복된 정당성 논리를 또다시 구차하게 언급할 생각은 없다. 처음엔 일부 주민들의 보상갈등에서 비롯된 보상확대론으로 시작됐다가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전쟁반대론, 미군기지론, 제주홀대론, 환경생태보호론 등의 명분으로 계속 바뀌고 급기야 설계 미비 등의 지엽적 문제로 전체의 본질을 덮는 반대측 논리도 상세히 복기할 의사가 없다. 어차피 정치적, 이념적, 감정적 세력다툼으로 변질돼 버린 만큼 어떠한 이성적 논의도 무의미함을 알기 때문이다.
다만, 당장 이해가 걸린 주민들의 극렬한 저항은 이해할 측면이 있다고 해도 이를 악용하려 드는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언행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해군 현지지휘관에게 "곧 정권이 바뀐다. 결단 내리지 않으면 당신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치졸하기 그지없는 협박을 했고, 한명숙 대표는 4ㆍ3의 상처를 다시 헤집어가며 "이 정부가 제주도민에게 또 폭탄을 던졌다"며 대놓고 최대한의 자극효과를 노렸다.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로 내정됐다는 이는 아예 '제주해적기지'라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국방부가 이례적으로 반박한 대로 영해 방위에 여념 없는 해군 장병 전체를 해적으로 모는, 실로 개탄스러운 인식과 언동이다.
제주해군기지는 국가 생존에 꼭 필요한 전략 목적에 따라 최적의 입지에 최소한의 규모로 건설되는 시설임은 어떤 억지논리로도 부정하기 어렵다. 정치인들부터 제발 이성을 갖고 처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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